배움/시

시) 정지용 作 - 유리창1, 2, 촉불과 손

올드코난 2010. 7. 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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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유리창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럼 날러갔구나!

 

 

유리창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잦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섯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

도회에는 고운 화재가 오른다.

 

촉불과 손

 

고요히 그싯는 손씨로

방안 하나 차는 불빛 !

 

별안간 꽃다발에 안긴 듯이

올빼미처럼 일어나 큰눈을 뜨다.

 

  *

 

그대의 붉은 손이

바위틈에 물을 따오다,

산양의 젖을 옮기다,

간소한 채소를 기르다,

오묘한 가지에

장미가 피듯이

그대 손에 초밤불이 낳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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