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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첫키스, 반비례

올드코난 2010. 7. 1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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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문학, ,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첫 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마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     

러워 마셔요.

  

  희미한 졸음이 활발한  님의 발자취  소리에 놀라  깨어 무거운     

눈썹을 이기지 못하면서 창을 열고 내다 보았습니다. 

  동풍에 몰리는  소낙비는 산모롱이를  지나가고,   앞의 파초     

잎 위에 빗소리의 남은 음파(音波)가 그네를 뜁니다.

  감정과 이지(理智)   마주치는 찰나에   인면(人面)의 악마와       

수심(獸心)한 천사가 보이려다 사라집니다.

 

  흔들어 빼는 님의  노래가락에, 첫잠 든  어린 잔나비의 애처로  

운 꿈이, 꽃 떨어지는 소리에 깨었습니다.

  죽은 밤을 지키는  외로운 등잔불의  구슬꽃이 제  무게를 이기   

지 못하여 고요히 떨어집니다.

  미친 불에  타오르는 불쌍한   ()은 절망의 북극(北極)에서      

신세계(新世界)를 탐험합니다. 

 

  사막의 꽃이여, 그믐밤의 만월이여, 님의 얼굴이여.

  피려는 장미화는 아니라도  같지 않은  백옥인 순결한  나의 입     

술은  미소에 목욕감는 그 입술에 채 닿지 못하였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달비에  놀리운 창에는  저의 털을  가다듬고 고     

양이의 그림자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아아, ()이냐  ()냐 인생의   티끌이냐 꿈이 황금이냐.      

  작은  새여, 바람에  흔들리는 약한   가지에서 잠자는 작은  새여.

 반비례

 

  당신의 소리는 <침묵>인가요.

  당신이 노래를 부르지  아니하는 때에  당신의 노래가락은 역력    

히 들립니다그려.

  당신의 소리는 침묵이어요.

 

  당신의 얼굴은 <흑암(黑闇)인가요.

  내가 눈을 감은 때에 당신의 얼굴은 분명히 보입니다그려.

  당신의 얼굴은 흑암이어요.

 

  당신의 그림자는 <광명>인가요.

  당신의 그림자는  달이  넘어간 뒤에  어두운  창에 비칩니다그   

.

  당신의 그림자는 광명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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