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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반달과 소녀, 모순, 일출

올드코난 2010. 7. 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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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韓龍雲)



 반달과
少女

 

  옛 버들의 새 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던 어여쁜 소녀는

  「저게 내 빗이여」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껴 디디고

  고사리 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들었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장자장」하더라.

盾 (모순)

 

  좋은 달은 이울기 쉽고

  아름다운 꽃엔 풍우(風雨)가 많다.

  그것을 모순이라 하는가.

 

  어진 이는 만월(滿月)을 경계하고

  시인은 낙화를 찬미하느니

  그것을 모순의 모순이다.

 

  모순의 모순이라면

  모순의 모순은 비모순(非矛盾)이다. 

  모순이냐 비모순이냐

  모순은 존재가 아니고 주관적이다.

  모순의 속에서 비모순을 찿는 가련한 인생

  모순은 사람을 모순이라 하느니 아는가.

 

일출

 

  어머님의 품과 같이

  대지를 잠재우던 어둠의 장막이

  동으로부터 서으로

  서으로부터 다시   알지 못하는  곳으로  점점 자취를   감춘다.      

 

  하늘에 비낀 연분홍의 구름은

  그를 환영하는 선녀의 치마는 아니다.

  가늘게 춤추는 바다 물결은

  고요한 가운데 음악을 조절하면서

  붉은 구름에 반영되었다.

  

  물인지 하늘인지

  자연의 예술인지 인생의 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가운데로

  솟아오르는 햇님의 얼굴은

  거룩도 하고 감사도 하다.

  그는 숭엄.신비.자애의 화신(化身)이다.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는 나는

  어느 찰나에 햇님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데서인지 우는 꾸꾸기 소리가

  건너 산에 반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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