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남궁벽 作 말, (시인 남궁벽 생애 설명,해설)

올드코난 2010. 7. 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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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벽 詩

 

  말님.

  나는 당신이 웃는 것을 본 일이 없읍니다.

  언제든지 숙명을 체관한 것 같은 얼굴로

  간혹 웃는 일은 있으나

  그것은 좀처럼 하여서는 없는 일이외다.

  대개는 침묵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온순하게 물건을 운반도 하고

  사람을 태워 가지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말님, 당신의 운명은 다만 그것뿐입니까.

  그러하다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외다.

  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악을 볼 때

  항상 내세의 심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이

  당신의 은명을 생각할 때

  항상 당신도 사람이 될 때가 있고

  사람도 당신이 될 때가 있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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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남궁벽 (1895 - 1922)
평북 함열 출생. 호는 초몽. 서울 한성고보를 졸업하고 도일하여 <폐허> 동인으로 참가하여 자연의 생명을 예찬한 낭만적 경향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신뢰, 별의 아픔 등이 유작시로 발표되었다.

 

호는 초몽(草夢). 당시 우리 문단에 널리 퍼져 있던 퇴폐적인 감상에 물들지 않고, 나름대로 자연의 생명을 예찬하는 낭만시를 썼다. 조선일보사 사장이었던 남궁훈의 외아들이다. 경성고등보통학교를 다닐 때 변영로와 가깝게 지냈으며, 학업성적이 우수한 야구선수였다. 일본으로 건너가 잠시 도쿄음악협회 간사를 지내다가 귀국하여 오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22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13세 때인 1907년 〈대한자강회월보〉 1월호에 지도층의 각성과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촉구하는 〈애국설〉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 있을 때인 1920〈폐허〉의 창간동인으로 변영로·오상순·염상섭 등과 친하게 지냈다. 이 잡지 창간호에 "흙이여 기름져라/풀이여 싹나거라 폐허여"로 시작되는 시 〈자연〉을 발표했다. 2호의 편집후기를 오상순과 둘이 쓴 것으로 보아 편집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호에 자연의 생명을 예찬한 〈풀〉·〈생명의 비의(秘義)〉·〈대지의 생명〉 등을 발표했다. 1918년 〈청춘〉에 〈고독은 너의 운명이다〉 등 5편의 일문시(日文詩)와 〈나의 세상〉 등 3편의 영문시를 발표했다. 1922년 〈신생활〉 8월호에 〈별의 아픔〉·〈마 〉 등 4편의 유고시와 일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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