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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동명 作 파초, 내마음은 (시인 김동명 소개 설명)

올드코난 2010. 7. 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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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詩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 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마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라.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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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명(1901 - 1968)

강원 강릉 출생. 호는 초허.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 주신다면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923). 일제의 탄압을 피하여 전원에 묻혀 참신하고 투명한 서정으로 민족의 비애를 노래한 전원파 시인. 해방후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신이 높은 참여의 시인이었으나 종교인이었던 만큼 관조적이며 철학적인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는 <파초>(1938), <삼팔선>(1947), <목격자>(1957)와 수필집 <세대의 삽화>(195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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