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강이 풀리면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며는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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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환 (1901 - ?)소개, 해설
함북 경성 출생. 호는 파인. <금성>에 시를 발표,
데뷔한 이후 잡지 <삼천리>와 순문예지 <삼천리 문학>을 간행했다.
우리나라 신시사상 최초의 서사시집 <국경의 밤>(1925)을 출간하여 문단적
위치를 확고히 했고 시집으로 <승천하는 청춘>(1925), <해당화>(1942) 등을
발표했으나 6.25 때 납북되어 생사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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