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詩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찌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그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시인 김소월. (1902 - 1934.)소개 해설
평북 곽산 출생이며, 본명은 정식. 오산학교시절의 스승 김억의 영향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개벽>에 ‘진달래꽃’(1922)을 발표, 김동인과 함께 <영대>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름다운 서정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적 시형에 향수, 애수 등을 담아 독자적인 세계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하다 운영 실패 등 인생에 대한 회의에 빠져 33세를 일기로 병사했다. 시집으로는 <진다래꽃>(1925) 외에 최근에 나온 <먼 후일 그 때에>(198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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