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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김소월 作 진달래꽃, 산유화, 초혼, 엄마야 누나야, 금잔디

올드코난 2010. 7. 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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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詩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찌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그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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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소월. (1902 - 1934.)소개 해설 
평북 곽산 출생이며, 본명은 정식. 오산학교
시절의 스승 김억의 영향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개벽>진달래꽃’(1922)을 발표, 김동인과 함께 <영대>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름다운 서정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적 시형에 향수, 애수 등을 담아 독자적인 세계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하다 운영 실패 등 인생에 대한 회의에 빠져 33세를 일기로 병사했다. 시집으로는 <진다래꽃>(1925) 외에 최근에 나온 <먼 후일 그 때에>(198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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