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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윤동주 作 서시, 별헤는밤, 참회록

올드코난 2010. 7. 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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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詩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 ,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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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 (1917 - 1945)
북간도 명동촌 출생. 아명은 해환이다. 연희전문과
일본 도오지샤 대학을 다녔으며, 재학중 독립운동의 혐의를 받아 2년의 선고를 받고 큐우슈의 형무소에서 복역중 옥사했다. 자아에 대한 내적응시와 조국광복의 염원이 그의 시에 나타나 있다. 유고 30여 편을 묶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년에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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