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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詩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우회로
병원으로 가는 긴 우회로
달빛이 깔렸다.
밤은 에테르로 풀리고
확대되어 가는 아내의 눈에
달빛이 깔린 긴 우회로
그 속을 내가 걷는다.
흔들리는 남편의 모습.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메스를 가아제로 닦고
응결하는 피.
병원으로 가는 긴 우회로
달빛 속을 내가 걷는다.
흔들리는 남편의 모습.
혼수 속에서 피어 올리는
아내의 미소(밤은 에테르로 풀리고)
긴 우회로를
흔들리는 아내의 모습
하얀 나선 통로를
내가 내려간다.
난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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