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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김종문 作 샤보뎅, 첼로를 켜는 여인, 의자

올드코난 2010. 7. 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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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 詩

샤보뎅

 

  하늘에서 모래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간은 바람결에 소리를 내며

  이루고 있었다. 평원과 산을

  생각하는 모래알처럼.

 

  인간이 죽어간 폐허 위에

  집을 지으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생각하며.

 

  사막에서 떠나 살 수 없는 체념에서 해골바가지를 들고

  오아시스를 찾는 여정을 더듬어 가고 있었다.

 

  태양이 흘리며 간 적은 피자국들은

  뉘의 눈에도 뛰우지 않았다.

  태양의 유형처럼.

 

  하늘에서 모래알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도, 땅도, 사막

  저 멀리 사막 사이를 가고 있었다.

  검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운 여인이.

 

 

     첼로를 켜는 여인

 

  무대는 여인의 차지다.

   부푼 유방, 파인 허리, 부푼 만삭,

   긴 머리채로 가리우고, 긴 팔로 가리우고

   진동하는 저음, 아가의 고성을 묻고,

   비트는 긴 모가지, 꼬아 붙이는 두 다리,

   객석은 남자의 차지다.

 

 

     의자

 

  내가 서양 문명의 혜택을 입었다면

  그것은 단 한 가지, 의자이다.

  그렇지만 나의 의자는

  바로크풍이나 로마네스크풍과는 거리가 멀고

  더우기 대감들이 즐기던 교의 따위도 아니다.

  나의 의자는 강원도산 박달나무로

  튼튼한 네 다리와 두터운 엉덩판과 가파른 등이

  나의 계산에 의해 손수 만들어졌고

  칠이라고는 나의 손때 뿐이다.

  나의 의자는

  나의 무게를 저울보다는 잘 알고 있고

  나의 동작 하나 하나에 대해 민감하며

  나의 거칠어지는 피부를 어루만질 줄 안다.

  나의 고독은 나의 의자와의 교감이기에 고독이 아니고

  나의 독백은 나의 의자와의 대화이기에 독백이 아니다.

  낮을 밤에 이어 시를 쓰노라면

  나의 의자에서 시가 우러나며

  나의 다리, 나의 엉덩판, 나의 등이 되어

  때로는 지하 8척 아래로, 때로는 구중의 탑 위로

  나를 운반하지만

  나의 의자는 항시 제자리에 있다.

  나의 의자는 세계의 축, 나의 만세반석이다.

  세상에는 빈 것이 하도 많지만

  나의 의자는

  비록 공석중이라도 비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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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종문 (1919 - 1981) 소개 설명
평남 평양 출생. 일본 도오꼬오 아테네 프랑세 졸업. 평론 문학의 문화에 미치는 영양에 대해를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 균형잡힌 지성을 바탕으로 폭넓은 미학의 질서를 보여준 그는 파이프 시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시집으로 <> <불안한 토요일><시사시대> <인간조형> <신시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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