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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김소월 作 접동새, 못잊어, 가는길, 왕십리, 가막덤불, 풀따기

올드코난 2010. 7.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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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詩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홀려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상마루에 걸려서 운다.

 

 

     가막 덤불

 

  산에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뿔 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는 혼잣몸의

  홑옷 자락은

  하룻밤 눈물에는

  젖기도 했소

 

  산에는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벋어 올랐소.

 

 

     풀따기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울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는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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