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김동환 作 산너머 남촌에는, 북청 물장수, 강이 풀리면

올드코난 2010. 7.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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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詩


산 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강이 풀리면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며는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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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환 (1901 - ?)소개, 해설
함북 경성 출생. 호는 파인. <금성>에 시를 발표,

데뷔한 이후 잡지 <삼천리>와 순문예지 <삼천리 문학>을 간행했다.

우리나라 신시사상 최초의 서사시집 <국경의 밤>(1925)을 출간하여 문단적

위치를 확고히 했고 시집으로 <승천하는 청춘>(1925), <해당화>(1942) 등을

발표했으나 6.25 때 납북되어 생사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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