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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경초, 강배, 해촌의 석양

올드코난 2010. 7. 1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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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韓龍雲)



莖草 (경초)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줄기 풀을 무찔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무러진 풀을 슬퍼한다

  무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무질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 같은 이슬에 잠자코 키스도 하리라.

  나로 말미암아 꺽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줄기  풀을 슬퍼  

한다.



 

  저멱 볕을 배불리 받고

  거슬러 오는 작은 배는

  온 강의 맑은 바람을

  한 돛에 가득히 실었다.

  구슬픈 노 젓는 소리는

  봄 하늘에 사라지는데

  강가의 술집에서

  어떤 사람이 손짓을 한다.

 
 海村
夕陽 (해촌의 석양)

 

  석양은 갈대지붕을 비쳐서

  작은 언덕 잔디밭에 반사되었다.

  산기슭으로 길을 물 길로 가는 처녀는

  한손으로 부신 눈을 가리고 동동걸음을 친다.

  반쯤 찡그러진 그의  이마엔 저녁  늦은 근심이  가늘게 눈썹을     

눌렀다.

 

  낚싯대를 메고 돌아오는 어부는

  갯가에 선 노파를 만나서

  멀리 오는 돛대를 가리키면서   

  무슨 말인지 끊일 줄을 모른다.

 

  서천에 지는 해는

  바다의 고별음악을 들으면서

  짐짓 머뭇머뭇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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