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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계월향에게, 사랑의 불

올드코난 2010. 7. 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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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문학, ,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계월향에게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多情)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無情)을 사      

랑합니다.

 

  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모란봉에       

밤놀이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고,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사람은 반드시  다하지  못한 한()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대의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     

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붉은 한()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  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은 돌이키고자 합니다.

그대의 푸른 근심은  드리고 드린  버들실이 되어서  꽃다운

무리를 뒤에  두고  운명의 길을   떠나는 저문  봄을 잡아매려  합니다. 

 

  나는 황금의 소반에  아침별을 받치고  매화가지에 새  봄을 걸     

어서 그대의 잠자는 곁에 가만히 놓아드리겠습니다.

  , 그러면  속하면 하룻밤  더디면 한겨울  사랑하는 계월향이여.

사랑의 불

 

  산천초록에 붙는 불은 수인씨가 내셨습니다.

  청춘의 음악에 무도하는  나의 가슴을  태우는 불은  가는 님이     

내셨습니다. 

 

  촉석루를 안고 돌며  푸른 물결의  그윽한 품에  논개의 청춘을     

잠재우는 남강(南江)의 흐르는 물아.

  모란봉의 키스를  받고 계월향의   무정<無情)을 저주하면서 능    

라도(綾羅島)를 감돌아 흐르는 실연자(失戀者)인 대동강아,

  그대들의 권위로도 애태우는  불은 끄지  못할 줄을  번연히 알   

지마는 입버릇으로 불러 보았다.

  만일 그대네가 쓰리고  아픈 슬픔으로  졸이다가 폭발되는 가슴    

가운데의 불을 끌 수가  있다면 그대들이 님  그리운 사람을 위하  

여 노래를  부를 때에  이따금 이따금  목이 메어  소리를 이루지      

못함은 무슨 까닭인가.

  남들이 볼 수 없는  그대네의 가슴 속에도  애태우는 불꽃이 거  

꾸로 타들어가는 것을 나는 본다,

  오오 님의 정열의 눈물과 나의 첫 감격의 눈물이 마주 닿아서 합 

(合流)가 되는  때에 그  눈물의 첫  방울로 나의  가슴의 불을      

끄고 그 다음 방울을 그대네의 가슴에 뿌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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