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천사의 시
"서커스단 소녀와 사랑에 빠진 천사가 경험하는 인간 세계"
제작:88년, 서독, 프랑스 합작
감독:빔 벤더스
음악:요르헨 크나이퍼
출연:브루노 간즈, 솔베이그 도마탱, 오토 샌더, 커트 보이스, 피터 포크
천사 다미엘(브루노 간즈)은 서커스단에서 공중 그네 묘기를 펼치고 있는 마리온(솔베이그 도마탱)에게 연정을 느낀다. 그 후 인간 세상에 살기를 갈망한 다미엘은 사람으로 새로운 생을 부여받는다. 이제 그는 인간처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상처가 났을 때는 피도 흘린다. 그리고 마리온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에 마리온은 꿈속에서 다미엘과 교감을 나눈다.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현실과 꿈, 천사와 인간 등 대비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 역사의 의미를 탐구한 작품"이라고 자리매김해 주고 있다.
다미엘이 천사였을 때는 흑백 화면, 그가 인간이 됐을 때는 컬러 화면으로 진행되는 영상 도구법이 이채롭다. 인간들이 저마다 가진 생각을 피력하는 바람에 번잡한 도심보다 조용해야 되는 도서관에서 오히려 소음이 더욱 거세다는 설정 등은 뉴저먼 시네마의 대들보를 자처하고 있는 연출자의 영상 철학을 단적으로 살펴보게 했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은 빔 벤더스의 이름을 일반 영화 애호가들에게 깊이 각인시킨 작품으로 서구 비평가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의미를 매겨 주고 있다.
독일의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 감독은 영화광이면서 록 음악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는 감독이다.
그는 어린시절 60년대 록에 푹 빠졌었다. 그래서 그의 초기 영화 '길의 왕 King Of The Road'에서는 밥 딜런, 닐 영의 많은 히트곡을 삽입곡으로 사용했다.
또한 '도시의 여름 Summer In The City'(68)이라는 영화 제목도 사실 록그룹 리빙 스푼풀 Livig Spoonful의 명곡 타이틀이고, 아예 이 영화를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킹크스 Kings에게 바치는 작품이라고 공헌할 정도로 그는 다양한 음악을 섭렵했다.
그후 벤더스의 연출 스타일은 점차 변했지만 음악 감각이나 영화 개념은 바뀌지 않았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1988년 작품으로 그 해 칸느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매우 기상천외한 소재를 담고 있는데 천사가 세상에 내려와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음악 부분은 그의 음악적 안목을 다시 한 번 보여 주는데 록 리듬을 꿈의 전개에 삽입했던 것이다.
중반기 작품부터 벤더스는 록 음악 사용을 멈추고 전위작곡가 요르헨 크나이퍼를 초빙해 그에게 '미국 친구 American Friend', '스테이트 오브 씽 State Of Things', '롱 무브먼트 Wrong Movement' 등의 배경 음악 작곡을 의뢰했다.
요르헨의 작곡 스타일은 약간 허무적 색채가 있어 밴더스의 떠도는 인생관과 맞아떨어졌다.
또한 '라이트 오버 워터 Light Over Water'(80)에서 벤더스는 색소폰을 주된 리듬으로 차용했고, '파리, 텍사스'(84)에선 라이 쿠더의 슬라이드 기타 Slide Guitar를 사용했다.
이처럼 밴더스는 음악에 대해 아주 민감하고 줄곧 새로운 것을 추구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런 시도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또다시 드러났다.
80년대 초 록 음악은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개념 형식을 강조한 자유로운 기교의 음악은 신세대 음악인들에게 폭넓게 확산되었다.
베더스는 이런 새로운 록음악을 받아들여 이 영화에서 닉 케이브 앤더 배드 시드 Nick Cave And The Bad Seeds와 크라임 앤 더 시티 솔루션 Crime And The City Solution등의 그룹을 초빙했던 것이다.
이 두 그룹의 작품 스타일은 펑크 록에 속한다. 펑크 뮤직은 바로 80년대 가장 중요한 록 유형으로 반체제적이고 반역적이며 광란에 찬 기타음과 대담한 가사를 통해 록 음악을 전승했음을 강조한다.
영화 사운드 트랙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이 두 그룹의 명곡들이다. 극 중 주인공이 술집에 갔을 때 보게 되는 라이브 공연은 이들의 진수를 펼쳐준다.
이외에 벤더스는 뉴욕 작곡가 로리 앤더슨과 독일의 전위 그룹 턱시도 문 Texedo Moon의 노래를 선택해서 사운드 트랙에 삽입했다. 로리 앤더슨의 재능은 이미 전세계예술 풍조를 이끌 만큼 영향이 컸으며, 턱시도 문의 음악은 실험적이고 강렬하다.
영화의 전체 배경음악 작곡가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벤더스의 오랜 콤비 요르헨 크나이퍼. 영화의 배경음악 그의 일관된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대로 꾸며졌다.
사운드 트랙엔 몇 마디의 극 중 독백을 실었는데 독일어인 것이 아쉬움을 준다.
서막을 여는 주제곡 'The Sky Over Berlin'은 칙칙한 바이올린의 공허한 연주를 전주로 해서 베를린의 뿌연 도시 하늘을 그려내고 있다.
이어서 천사는 시공을 초월한 듯한 성가곡의 배경 속에서 먹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이때 첼로의 무거운 소리가 다시 등장하며 기복이 심한 선율로 이어져 인간에 대한 고통스런 심정을 그려낸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크게 구별하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크나이퍼가 만든 배경음악과 어린 아이의 천진스런 심정을 서술하고 있는 극 중의 영화 언어 그리고 여주인공 마리온의 사랑 고백 등이다.
이 중 마리온이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클럽에 가서 펑크 그룹이 연주하는 우울한 뉴 뮤직을 듣는데, 이는 당시 젊은이의 실망, 번뇌, 고민, 갈망의 소리를 반영하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찾아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전개할 때는 'When I Go'라는 감미롭고 절절한 연가로 마무리짓는데, 이는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를 한 사랑의 시작 때문에 희망의 광채를 발한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영화 자체로도 매력이 있지만 거장급 감독의 자아를 초월하는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록 음악에 대한 필생의 열정을 느끼게 하는 점도 매력이다.
(글:이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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