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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한하운 15

시) 작가 심훈 作 그날이 오면, 밤

심훈 詩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밤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안에는 등잔불의 ..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백기만 作 청개구리, 은행나무 그늘

청개구리 청개구리는 장마 때에 운다. 차디찬 비 맞은 나뭇잎에서 하늘을 원망하듯 치어다보며 목이 터지도록 소리쳐 운다.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이었다. 어미의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어미 청개구리가 하면 그는 물에 가서 놀았고, 또, 하면 그는 기어이 산으로 갔었느리라. 알뜰하게 애태우던 어미 청개구리가 이 세상을 다 살고 떠나려 할 때, 그의 시체를 산에 묻어 주기를 바랬다. 그리하여 모로만 가는 자식의 머리를 만지며 하였다. 청개구리는 어미의 죽음을 보았을 때 비로소 천지가 아득하였다. 그제서야 어미의 생전에 한 번도 순종하지 않았던 것이 뼈 아프게 뉘우쳐졌다. 청개구리는 조그만 가슴에 슬픔을 안고, 어미의 마지막 부탁을 쫓아 물 맑은 강가에 시체를 묻고, 무덤 위에 쓰러져 발버둥치며 통곡하..

배움/시 2010.07.13

시)시인 박종화 作 청자부

박종화 詩 청자부 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을려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빠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벼개 흙이면서 옥이더라. 구름무늬 물결무늬 구슬무늬 칠보무늬 꽃무늬 백학무늬 보상화문 불타무늬 토공이요 화가더냐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 -------------------------..

배움/시 2010.07.13

시) 김동환 作 산너머 남촌에는, 북청 물장수, 강이 풀리면

김동환 詩 산 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

배움/시 2010.07.13

시) 한하운 作 보리피리, 여인 (시인 한하운 소개, 설명)

한하운 詩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피닐니리. 여인 눈여겨 낯익은 듯한 여인 하나 어깨 넓직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히 아가를 거느리고 내 앞을 무심히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습 걸음걸이 하며 몸맵시 틀림없는 저... 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 혀 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 감길 듯 떠오르는 추억이요! 옛날엔 아무렇게나 행복해 버렸나 보지? 아니 아니 정말로 이제금 행복해 버렸나 보지? -------------------------------------------------..

배움/시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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