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내가 나진포에서 인천으로 가는 배를 탄 것이 병진년 7월 25일, 달빛도 없이 캄캄한 밤이었다. 물결조차 아니 보이고 다만 소리뿐이었다. 배가 강화도를 지날 때쯤하여 나를 호송하는 순검들이 여름 더위 길에 몸이 곤하여 마음놓고 잠든 것을 보시고 어머니는 뱃사공에게도 안 들릴 만한 입 안의 말씀으로, "애야, 네가 이제 가면 왜놈의 손에 죽을 터이니 차라리 맑고 맑은 물에 나와 같이 죽어서 귀신이라도 모자가 같이 다니자." 하시며 내 손을 이끄시고 뱃전으로 가까이 나가셨다. 나는 황공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이렇게 여쭈었다. "제가 이번 가서 죽을 줄 아십니까, 결코 안 죽습니다. 제가 나라를 위하여 하늘에 사무친 정성으로 한 일이니 하늘이 도우실 것입니다. 분명히 안 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