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또 한 번은, 역시 그때의 일로, 아버지께서 엽전 스무 냥을 방 아랫목 이부자리 속에 두시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가 나가시고 나 혼자만 있을 때에 심심은 하고 동구 밖 거릿집에 가서 떡이나 사 먹으리라 하고 그 스무 냥 꾸러미를 온통 꺼내어 허리에 감고 문을 나섰다. 얼마를 가다가 마침 우리 집으로 오시는 삼종조를 만났다. "너 이 녀석, 돈은 가지고 어디를 가느냐?" 하고 내 앞을 막아 서신다. "떡 사 먹으로 가요." 하고 나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였다. "네 애비가 보면 이 녀석 매맞는다. 어서 집으로 들어가거라." 하고 삼종조는 내 몸에 감은 돈을 빼앗아다가 아버지를 주셨다. 먹고 싶은 떡도 못 사 먹고 마음이 자못 불평하여 집에 와 있노라니, 뒤따라 아버지께서 돌아오셔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