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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비밀, 거짓 이별, 참말인가요

올드코난 2010. 7. 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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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코난(OLD 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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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韓龍雲)



비밀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마는,

 비밀은 야속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視覺)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聽覺)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 이별

 

당신과 나와 이별한 대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데로 말하는 것과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 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가도 마음은 붉어갑니다.

피는식어가도 눈물은 더워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언덕앤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유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참말인가요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을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는 님이 없다'고 하였다지요.

 그래서 당신은 남모르는 곳에서 울다가, 남이 보면

 울음이 웃음으로 변한다지요.

 사람의 우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것인데, 울기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웃음으로 변하는 것은 죽음의 맛보다 더 쓴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변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의 생명의 꽃가지를 있는 대로 꺽어서 화환을 만들어

 당신의 목에 걸고,'이것이 님의 님이라'  소리쳐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을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의 님은 우리가 구하여 준다'고 하였다지요.

 그러면 당신은 '독신 생활을 하겠다'고 하였다지요.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분풀이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

.

  

 많지 않는 나의 피를 더운 눈물에 섞어서,

 피에 목마른 그들의 칼에 뿌리고,

'이것이 님의 님이라'고 울음 섞어서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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