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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정윤 시집 홀로서기 中 눈 오는 날엔

올드코난 2010. 7. 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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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시집 홀로서기



        눈 오는 날엔

 

 

 

        눈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나에게 <>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조차

        허상일 수 있다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으며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의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서정윤의 시집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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