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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병기 作
난초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아차산
고개 고개 넘어 호젓은 하다마는
풀섶 바위 서리 빨간 딸기 패랭이꽃.
가다가 다가도 보며 휘휘한 줄 모르겠다.
묵은 기와쪽이 발끝에 부딪히고,
성을 고인 돌은 검은 버섯 돋아나고,
성긋이 벌어진 틈엔 다람쥐나 넘나든다.
그리운 옛날 자취 물어도 알 이 없고,
벌건 메 검은 바위 파란 물 하얀 모래,
맑고도 고운 그 모양 눈에 모여 어린다.
오동꽃
담머리 넘어드는 달빛은 은은하고
한두 개 소리 없이 내려지는 오동꽃을
가랴다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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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시인 [이병기] (1891 – 1968)
전북 익산 출생, 한성 사범을 졸업. 호는”가람”.
1927년 문단 활동을 시작<국민학파>의 일원으로서 시조 부흥에 기여, 저서로는 시조집 <가람시조집> <역대시조선> <현대시조선총>,
그 외 <국문학개론> <가람문선> <국문학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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