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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하나가 되어 주셔요, 나의 꿈, 명 상

올드코난 2010. 7. 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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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하나가 되어 주셔요

 

 님이여,

 나의 마음을 가져가려거든 마음을 가진 나에게서 가져가셔요.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셔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에게 고통만 주지 마시고 님의 마음을 다 주셔요.

 그리고 마음을 가진 님에게서 나에게 주셔요.

 그래서 님으로 하여금 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셔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의 마음을 돌려 주셔요.

 그리고 나에게 고통을 주셔요.

 그러면 나는 나의 마름을 가지고 님이 주시는 고통을

 사랑하겠습니다.

 

 나의 꿈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이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겠습니다.

 

 

명 상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를 타고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  

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아기의 미소와 봄아침과 바다소리가 합하여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쇄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이 밟고  다니는  

  미인의 청춘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을  꾸미려고 돌아왔 

 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구름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을 맟추어 우쭐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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