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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나의 노래, 고적한 밤

올드코난 2010. 7. 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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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나의 노래

 

나의 노래가락의 고저 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속의 노래 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오래가 세속 곡조에 맞지 않는 것을

조금도 애달파하지 않습니다.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와

다르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까닭입니다.

곡조는 노래의 결함을 억지로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곡조는 부자연한 노래를

사람의 망상으로 토막쳐 놓은 것입니다.

참된 노래에 곡조를 붙이는 것은 노래의 자연에 치욕입니다.

님의 얼굴에 단장을 하는 것이

도리어 흠이 되는 것과 같이, 나의 노래에

곡조를 붙이면 도리어 결함이 됩니다.

 

나의 노래는 사랑의 신()을 울립니다.

나의 노래는 처녀의 청춘을 쥐어짜서,

보기도 어려운 맑은 물을 만듭니다.

나의 노래는 님의 귀에 들어가서 천국의 음악이 되고

님의 꿈에 들어가서 눈물이 됩니다.

 

나의 노래가 산과 들을 지나서

멀리 계신 님에게 들리는 줄을 나는 압니다.

나의 노래가락이 바르르 떨다가 소리를 이루지 못할 때에

나의 노래가 님의 눈물겨운 고요한 환상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압니다.

나는 나의 노래가 님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할 때에

광영에 넘치는 나의 작은 가슴은

발발발 떨면서 침묵의 음보를 그립니다.




 고적한 밤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참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은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꺽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손을 마주잡고,

눈물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라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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