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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이별은 미의 창조, 참아주셔요 (참아주세요), 그를 보내며

올드코난 2010. 7. 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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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코난(OLD 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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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韓龍雲)


이별은 미의 창조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한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참아주셔요 (참아 주세요)

 

  나는 당신의 이별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님이여, 나의 이별을 참아주셔요.

  당신은 고개를 넘어갈 때에 나를 돌아보지 마셔요.

  나의 몸은 한 작은 모래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님이여, 이별을 참을 수가 없거든,

  나의 죽음을 참아주셔요

  나의 생명의 배는 부끄럼의 땀과 바다에서,

  스스로 폭침(爆沈)하려 합니다.

  님이여, 님의 입김으로 그것을 불어서, 속이 잠기게 하여 주셔요

  그리고 그것을 웃어 주셔요.

 

  님이여, 나의 죽음을 참을 수가 없거든,

  나를 사랑하지 말아 주셔요.

  그리고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도록 하여 주셔요. 

  나의 몸은 터럭 하나도 빼지 아니한 채로,

  당신의 품에 사라지겠습니다.

  님이여, 당신과 내가 사랑의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참아주셔요.

  그리하여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말고,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도록 하여 주셔요. 오오, 님이여.

 

그를 보내며

 

그는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요.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

 

그의 붉은 입술, 흰니,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았더니,

구름같은 뒷머리, 실버들같은 허리,

구슬같은 발꿈치가 보다 아름답습니다.

 

걸음이 걸음보다 멀어지더니 보이려다 말고 말려다 보인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마음은 가까와지고,

마음이 가까와질수록 사람은 멀어진다.

보이는 듯한 것이 그의 흔드는 수건인가 하였더니,

갈매기보다도 작은 조각 구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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