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님의 침묵, 생의 예술

올드코난 2010. 7. 3. 14:09
반응형

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 소설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엣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생의 예술

 

모든 곁에 쉬어지는 한숨은 봄바람이 되어서, 여윈 얼굴을 비치는

겨울에 이슬꽃이 핍니다.

나의 주위에는 화기(和氣)라고는 한숨의

봄바람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수정이 되어서, 깨끗한

슬픔의 성경(聖境)을 비칩니다.

나는 눈물의 수정이 아니면, 이 세상에 보물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한숨의 봄바람과 눈물의 수정은, 떠난 님을 기루어하는

()의 추수입니다.

저리고 쓰린 슬픔은 힘이 되고 열이 되어서,

어린 양과 같은 작은 목숨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님이 주시는 한숨과 눈물은 아름다운 생의 예술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