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인사말, 나의 길

올드코난 2010. 7. 3. 14:04
반응형

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 소설

) 만해 한용운(韓龍雲) – 인사말, 나의 길

 

 독자에게
(한용운의 인사말)

 

  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여러분이 나의 시를 앍을 때에, 나는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 압니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 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는 엷어 갑니다.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봇을 던집니다.

 

                              - 乙丑 8 29일 밤 -

          

 나의 길

 

이 세상에는 길이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들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아는 사람은 모래위에 발자취를 내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芳草)를 밟습니다.

()한 사람은 죄의 길을 쫓아갑니다.

()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여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꿈 깨고서

 

님이면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 밖에 와서 발자취 소리만 내이고

한 번도 돌아오지 아니하고 도로 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취나마 님의 문 밖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 봐요.

 

아아, 발자국 소리가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깨었으련마는

꿈은 님을 찿아가려고 구름을 탔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