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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헤르만 헷세 – 평화, 새로운 체험, 쓸쓸한 저녁

올드코난 2010. 6.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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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평화

 

 누구나가 다 갖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존중하지 않았다.

 달콤한 그 샘물은 누구에게나 힘을 불어 넣었다.

 , 지금은 평화라는 말이 기막히게 울린다.

 

 아주 멀리, 시름하게

 눈물에 젖어서 울린다.

 아무도 그날을 모른다.

 평화의 첮 밤을.

 상냥한 별이여, 네가 드디어

 마지막 전투의 포연 위에 나타날 때.

 

 밤마다 나의 꿈은

 너를 바라본다.

 희망은 성급히 움직여, 예감 속에서

 벌써 금빛 나무열매를 딴다.

 

 어느 날엔가 반가이 맞이하자.

 다른 미래의 아침 노을이여.

 피와 고난에서 벗어나. 네가

 우리들의 지상천국에 나타날 때.

새로운 체험

 

 다시 베일이 벗겨지는 것을 본다.

 가장 신뢰하던 것이 서름해진다.

 새로운 별하늘은 눈짓을 하고

 꿈을 억제당한 채 영혼을 걸어 간다.

 

 다시 나의 둘레에, 세계가

 새로운 범위를 지우며 정열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어린 아이처럼

 천박한 노래 속에 놓인 것을 본다.

 그러나 먼저 태어난 사람들에게서

 먼 생각이 번쩍여 온다.

 별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고, 하여

 공간은 언제나 비어 있지 않았다는.

 

 별은 굴복하였다가 다시 일어나

 무한 속에서 숨을 쉬며

 끊어진 실가닥으로, 새로이

 아름다운 신의 옷을 짜는 것이다.

 

 

쓸쓸한 저녁

 

 빈 병과 잔 속에서

 촛불이 흐늘거린다.

 방안은 싸늘하다, 바깥에는

 풀 위에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잠간 쉬려고, 너는 다시

 추위에 움추리며 서럽게 눕는다.

 아침이 오고 다시 저녁이 오고

 언제까지나 되풀이한다.

 그러나 너는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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