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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검도이론 - 안법(眼法) 외

올드코난 2010. 7. 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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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법(眼法)

 

 

눈을 보면 상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눈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눈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도에서는 상대의 눈을 놓치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이것은 비단 검도뿐만 아니라 모든 무도(武道), 더 나아가서 상대나 대상이 있는 스포츠는 다 그러하다. 특히 검도에서 눈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한칼에 승부가 나기 때문이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생사가 걸린 셈이니(물론 현대검도는 스포츠라 생명이 걸린 문제는 아니지만) 예로부터의 전통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현실적으로도 검도경기 자체가 한순간에 승패가 결정되는 관계로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또한 안법이야말로 검도가 갖는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한 것이다.

 

‘상대를 본다라고 할 때 상()이라는 글자에 이미  ()이 들어 있어 본다는 뜻을 포

함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노려본다, 째려본다, 뚫어지게 본다, 흘겨본다, 빤히 본다,

 

우습게 본다(얕본다) 등이 뜻하는 바는 상대를 보는 데 따라  속마음이 눈을 통해 표출된다는 것이다.

또 눈빛이 맑다, 흐리다, 호수 같다, 쏘는 것 같다, 이글대는 것 같다, 빨려드는  것 같다, 별빛 같다 등의 말들은 그 사람 자체의 인격이나 수련 혹은 수양의 도를 가늠하게도 해준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무()를 숭상해 왔다. 그래서 그 자취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눈싸움이다. 바른 자세로 앉거나 서서 상대와 눈을 마주보며 누가 오랫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는가 하는 것이 바로 눈싸움으로 참으로 놀라운 무술의 기초수련법이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어린아이의 놀이 같은  이런 수련법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지켜온 뿌리가 된 것이며 실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임이  분명하다. 〈조선세법(朝鮮勢法)〉에서 안법(眼法)을 첫째로 치는 것도 깊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검도를 배우는 사람에게는 눈싸움을 먼저  가르치고 계속해서 이를 반복하도록  해야 한다. 눈싸움을 가르치는 이유는 상대의 눈을 보고 모든 움직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안법을 제대로  익히면 눈만 보고도 상대의 움직임을 예지 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특별한 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럿이 돌아가며 하루에 서너 번씩 눈싸움을 시키면 1년 내에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혼자서 하는 공부에는,

① 거울을 보는 것

② 면벽(근거리)

③ 먼 곳을 보는 것

④ 동체(動體)를 보는 것

⑤ 원근(遠近)을 함께 보는 것 등의 방법이  있는데 모두가 정법(目丁法)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숙련의 정도는 본인이 차차 깨달아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니 몸에 배게 되면 숨쉬는 것과 같아서 상대에 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 진다.

 

쓸데없이 쏘는 듯한 눈빛을 하여 쉽게 피로해지거나 헛기세를  올리는 것, 상대를 깔보거나 비웃는 듯한 눈빛은 금기로 하는 것이니 눈싸움을 할 때 특히 조심하고  늘 명심할 일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기성자(E)의 닭싸움이야기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눈빛은 오직 똑바르고 담담하고 당당하면 족하다.

 

 

유정유일(惟精惟一)

 

오직 한 가지 일에 마음을 쏟아 최선을 다하는 것을 유정유일이라 한다. 바른 길을 전일(專一)하게 지킨다는 뜻으로 줄여서 정일(精一)이라고도 한다. 검도는 특히 정신집중을 요하는 까닭에 정일의 마음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낙수가 돌에 구멍을 내는 것은 한결같음을 이르는 것으로 떨어지는 물방울도 중요하지만 돌 역시 한 곳에 있어야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마음이 물이면 몸이 돌이 되어야 하고 몸이  물이면 마음이 돌이 되어야 하는 묘한 이치가 함께 어울려야 성취가 있는 것이니 일이관지(一以貫之)도 같은 맥락의 뜻이 된다.

 

잔 심(殘心)

 

즉 마음의 여유 또는 여력(餘力)이라  할 수도 있다. 협의(狹意)  의미에서는 적을 공격한 후에 재역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공격을 하고 남은 마음의 묵은 힘을 한한다.

 

광의의 의미에서는 협의의 잔심에서 일보 나아가 적을 참하고 일호흡 후 적의 죽음을 확인하는 마음의 여유를 말함인데 공격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했으되 남아 있는 힘을 말한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일부러 마음을 남기고  공격을 한다면 완전한 공격이 안 된다.  쉽게 말하자면 컵의 물을 다 부어버리고 잠시후 다시 거꾸로 들면 몇방울 물이 떨어지듯 그런 여력이다. 적의 공격 후에라도 마음을 놓지 말란 뜩이다. (근자 검도계 일각에서 존심[存心]이란 말로 바꾸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으나, 잔심과 존심과는 그 의미가 근본적으로 틀리는 듯하다. []은 남은 것이니만큼 양[]의 다소를 강조하는 의미가 강하고  []은 있고 없음의 상태 표현의 의미가 강한즉, 잔심[殘心]은 여력이요,  또한 힘을 쓰고 남았다는 뜻에서 존심[存心] 보다는 잔심[殘心]이 더 적절한 표현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 범사 8단 김재일『검도총서』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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