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해외

영화와 음악) 폭풍의 나날(Come See The Paradise) 작품해설

올드코난 2010. 7. 28. 16:56
반응형


폭풍의 나날

(Come See The Paradise)

    
"
태평양전쟁 중에 재미 일본 가족이 겪은 고난의 삶"

 

  제작:90, 미국

  감독:알란 파커

  음악:랜디 에델만

  출연:데니스 퀘이드, 타미린 토미타, 사브 시모노, 스즈코 호시, 스탄 에기, 로날드 야마모토, 아케미 니시노, 나오미 타카노


 
이 영화는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LA의 일본인 집단 거주지역인 리틀 도쿄가 무대. 극장을 운영하는 일본인 극장주와 그의 딸, 여기에 영사기사로 취업한 인연을 계기로 극장주의 딸과 결혼하는 노동조합의 극렬 운동원이 격변의 와중에서 펼쳐 주는 가족사를 차분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일본 기미가요와 지나친 일본 색이 담겼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극장 공개가 금지됐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반전, 반교육, 물질만능에 대한 피해상 등을 다룬 영화를 발표해 사회파 감독이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알란 파커의 또 다른 역작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음악의 역할이 남다르게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78)에서 조르지오 모로더로 하여금 영화음악 사상 처음으로 전자악기 배경곡을 만들게 해 당당히 아카데미 음악상을 따내게 하는 수완을 발휘할 정도로 음악 분야에서도 남다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연출가이다.

  이어 그는 80년에는 최고의 댄서로 올라서기 위해 동료끼리 벌이는 양보 없는 경쟁과 우정 등을 묘사한 '페임'(80)에서 아이린 카라가 열창해 준 동명의 타이틀 노래로 역시 아카데미 작곡상과 주제가상을 모두 휩쓰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외에도 알란 파커 감독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황제인 핑크 플로이드가 발표한 앨범 'Wall'을 기반으로 해서 동명의 영화를 제작해 연이어 음악상을 따내는 성과를 얻었다.

  이처럼 영화와 음악 양 분야에서 찬란한 경력을 쌓아온 알란 파커 감독이 이번에 다룬 소재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해서 재미 일본인들이 완전 미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당해야 했던 애환을 일본 처녀와 미국 청년과의 로맨스를 곁들여 펼쳐 주고 있다.

  'Come See The Paradise'는 사랑의 테마로 영화 첫 장면에서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잭과 그의 일행이 뉴욕 영화관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접과 탄압 실상을 담은 삐라를 뿌리고 불을 지르는 과격한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여기에 'Flower Grows In The Rain'은 오프닝 장면에서 흐르는 서정적 가락을 가미한 탱고풍 노래다. 이어지는 'Don`t Forget' 1930년대 유행했던 복고풍 노래로 일본 집단 거주 지역인 리틀 도쿄에서 갖은 일본인들의 집회 장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주인공 잭과 릴리가 우연히 다른 사람의 결혼식장에 참석해 피로연장에서 춤을 출 때 홀 안에 울려 퍼지는 곡은 'Nevizareth' 3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겨 주는 스탠다드 곡으로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축복해 주었다. 'Love Is The Sweetest Thing'도 같은 파티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32년 레이 노블이 취입한 고전곡이다.

  릴리는 노조 파업 주동자로 수감된 잭을 만나고 나서 다시 짐차에 올라 타는데, 이때 배경으로 흐르는 'Islands Of Love'은 일본 중년층 이상에게는 매우 친숙한 흘러간 일본 가요이다.

  'Lily And Mini'는 노동운동으로 수감된 남편 잭을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릴리가 부잣집 홀아비와 강제 결혼시키려는 할아버지의 압력을 극복하고 잭과 결혼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딸 미니에게 담담히 들려주는 모녀의 정겨운 대화 장면에서 사용된 곡.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 남자들은 위험인물로 모두 체포돼 수용소에 강제 수감이 되는 조치를 당한다. 이런 여파로 릴리의 부친도 졸지에 수감자로 전락한다. 이렇게 수용된 부친과 만나 재미 일본인들이 당해야 하는 기구한 처지에 한스런 눈물을 흘리는 릴리와 부친의 모습을 보여 줄 때 사용된 곡은 알란 파커가 손수 작곡한 'Theme From Kawamura'. 아름답고도 애절한 슬픔을 자아내게 하는 리듬이 그의 음악적 수완이 남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짧은 소품의 곡인 'Santa Anita'는 릴리와 미니가 미국에 의해 조국인 일본이 원폭투하 당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으로 역시 알란 파커 감독이 만든 흔치 않는 영화 배경곡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뿔뿔이 흩어졌던 잭의 가족들이 다시 극적으로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라스트 장면에서는 'Little Back Of Magic'이 나온다. 이 삽입곡은 격동의 세월 한 켠에서 고난을 당해야 했던 한 일본 가족의 이야기에 공감을 보내게 하는 명곡이다. 작곡은 랜디 에델만의 솜씨.


(:이경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