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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라서? 다른 사람도 눌렀을 것! 인간 내면 심리를 파헤친 무한도전 사생결단 편

올드코난 2011. 3.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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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코난 - TV, 방송연예 모니터 & 리뷰

MBC 무한도전 사생결단 편(2011.3.5)리뷰

연출: 김태호 PD, MC: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하하,

정말 오랜만에 무한도전 리뷰를 쓰네요. 최근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쓸만한 내용이 부족했었습니다. 근데 이번 주 무한도전 정말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정말 김태호의 무한도전다웠던 에피소드였습니다.

무한도전 위기론을 한 방에 잠재운 무한도전 사생결단 편,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심리 스릴러 예능과 최고의 반전을 보여 준 무한도전 사생결단 

정준하라서? 정준하 아닌 다른 사람도 버저를 눌렀을 것.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이 있기에 가능했던 김태호 PD의 철저히 계획된 반전!
 

[프롤로그]

무한도전 맏형 박명수, 정준하 두 사람이 정체를 모르는 자들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그리고 둘 중에 단 한 사람만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른 한 명의 목숨(?)은 포기해야 한다.

5명은 각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누구를 가장 아낄 것인가?

 

이 한가지 미션만으로도 충분히 스릴 있는 게임을 연출할 수 있었지만 김태호 피디는 더 큰 함정을 파 두었습니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뉜다면 박명수, 정준하 선택 미션은 전반전이고 일종의 트릭이었습니다. 진짜는 바로 후반전 마지막 반전에 있었고 다른 모든 것들은 이 반전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
전반전] 첫번째 반전과 복선.


집 앞을 나선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 다섯 명은 제작진들에게 정말 난처한 미션을 받게 됩니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납치를 당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로지 한 사람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유재석과 노홍철은 박명수를, 정형돈, 하하, 길 세 사람은 정준하를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첫 번째 반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박명수와 정준하 두 사람의 위치가 반대로 있었던 겁니다!!!

 

박명수를 살리겠다고 간 곳에 정준하가 있고, 정준하를 살리고 박명수를 포기한 사람들이 간 곳에는 박명수가 있다?

정말 재치 있는 김태호 피디의 위트가 돋보인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사실 후반전으로 가기 위한 복선이었습니다.

김태호 피디가 꾸민 진짜 음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후반전] 정준하의 실수? 김태호의 계획된 의도!


이제 2개의 팀으로 나뉘어져 자동차로 이동을 합니다.

박명수 팀, 정준하 팀

문제는 전반전에서 만들어진 팀이 민망한 구성이 되어 버린 겁니다.

박명수 팀은 박명수를 포기한 정형돈, 하하, 길 네 사람이 팀을 이루었고, 정준하 팀은 정준하를 포기한 유재석, 노홍철 세 사람이 같은 팀이 된, 한 마디로 적과의 동침이 되어 버린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연출한 김태호 피디의 의도는 간단합니다.

불신과 분열입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한 팀을 이룬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됩니다.

반면 마음이 맞지 않거나 서운한 감정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한 팀이 된다면?

 

네 맞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서로 살겠다고 나섭니다.

의심과 악감정 때문에 절대 하나된 의견이 나올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점을 김태호 피디가 노린 겁니다. 만일 전반부에서 불신과 서운한 감정을 조성하지 않았다면 후반에서의 깜짝 반전은 어려웠을 겁니다.

김태호 피디는 계속해서 7명의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일산 MBC 드림센터로 이동한 후 원래 박명수를 구하려 한 유재석, 노홍철과 재회한 박명수, 그리고 정형돈, 하하, 길과 합류한 정준하는 기분 좋게 팀을 이뤄 각기 다른 방에 모여 화목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때 이들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칩니다.

각 방에는 방독면이 2개 밖에 없습니다. 방 안에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다시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해 소동을 벌이는 데, 살기 위해서 한 사람씩 자신의 독방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7명은 모두 각기 다른 방에서 격리된 채 홀로 있게 됩니다.

이미 7명은 세 번의 불신과 아쉬움이 아직 남아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김태호가 원했던 게임이 시작됩니다.

지난 시간은 단지 이 방송 시간이 15분도 안 되는 게임을 위한 과정이었을 뿐.

 

단순한 게임이 오히려 사람의 판단을 더 어렵게 한다는 교과서적인 발상을 한 김태호 피디의 장치는 바로 버저()입니다.

이 간단한 장치가 최고의 반전을 보일 것으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각기 자신의 방에서 버저 앞에선 7명은 갈등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누를 것인가? 말 것인가?, 친구를 구하느냐? 나를 구하느냐?

말 그대로 사생결단. 확률 50%게임

게다가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오로지 한 가지만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

차라리 복잡하다면 포기하겠는데, 단순하기에 오히려 빠져드는 묘한 게임.

신경들은 하나 같이 날카로워져 있고.


 


박명수가 먼저 누르자 사이렌이 울리고 다급해진 유재석이 덩달아 누릅니다.

뒤를 이어 하하 마저 누르면서 이들 셋은 동시에 OUT됩니다.

결국 3인이 이 게임의 최초의 희생양이 됩니다.

하지만 서로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어 목소리로만 유일하게 확인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이 시작됩니다.


 


생존자들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정형돈은 희생 처럼 포장했지만 사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버저를 눌러 탈락합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길, 노홍철 그리고 정준하

시간은 갈수록 흘러가고 1분을 남긴 상황에서 초조해지고 마음이 조금 급해진 노홍철이 버저에서 뺐던 케이블을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버저를 울리는 실수를 해 탈락하고 연이어 길 역시 실수로 버저가 울려버립니다.

마지막 남은 생존자 정준하는 가만히만 있으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10, 9, 8,7...흘러나오는 카운터 소리에 정준하는 이성을 잃기 시작합니다.

‘3,2,1, 제로

순간 버저를 눌러 버리는 정준하!!!

왜 자신이 버저를 눌렀는지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몰라 당황하는 정준하.


Game over!



[
에필로그]


이번 무한도전 사생결단 편은 정말 잘 짜여진 긴장감있는 트릭의 연속이었습니다.
전분부는 영화 배트맨 시리즈 중 다크나이트 편을 각색했다는 김태호 피디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를 유쾌하게 풀어나갔습니다.


최대의 하이라이트였던 후반분의 정준하가 버저를 누른 장면은 정준하였기에 누른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눌렀을 겁니다.

김태호는 불안과 초조를 느끼게 만들어 정준하의 기억 속에 있는 카운트다운에 대한 익숙한 상황으로 내몰고 버저를 누르게 만든 겁니다.

천하의 사기꾼 노홍철 역시 그 상황에서 분명 그런 선택을 했을 겁니다. 김태호는 바로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사람의 선택과, 불안에 떠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인간심리와 행동을 주제로 삼아 치밀한 전개를 보인 김태호는 역시 최고의 PD임에 분명합니다. 이번 사생결단 편은 무한도전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사생결단 편은 심리스릴러 예능의 진수였습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에피소드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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