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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21

시) 정지용 作 - 가모가와, 슬픈 인상화, 조약돌

정지용 詩 가모가와 가모가와 심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슬픈 인상화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 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덕이는 세관의 기ㅅ발. 기ㅅ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 옮기는 하이얀 ..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발열, 석류, 향수

정지용 詩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물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느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석 류 장미꽃 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별, 소곡, 예장

정지용 詩 별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가 기웃이 도는데 ! 청려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오월 소식, 이른봄 아침

정지용 詩 오월 소식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 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나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미 우는 오르간 소리... 이른봄 아침 귀에 설은 새소리가 ..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산엣 색시 들녘 사내, 내맘에 맞는 이, 무어래요

정지용 詩 산엣 색시 들녘 사내 산엣 새는 산으로, 들녁 새는 들로. 산엣 색시 잡으러 산에 가세. 작은 재를 넘어 서서, 큰 봉엘 올라 서서, (호-이) (호-이) 산엣 색시 날래기가 표범 같다. 치달려 달어나는 산엣 색시, 활을 쏘아 잡았읍나? 아아니다, 들녘 사내 잡은 손은 차마 못 놓더라. 산엣 색시, 들녘 쌀을 먹였더니 산엣 말을 잊었음네. 들녘 마당에 밤이 들어, 활 활 타오르는 화투불 너머로 너머다 보며- 들녘 사내 선웃음 소리 산엣 색시 얼골 와락 붉었더라. 내맘에 맞는 이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오,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오,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바 람, 별똥, 기차, 고향

정지용 詩 바 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원통 빨개졌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별똥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기차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녹아도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영 !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고향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사월 바람을 기차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병, 할아버지, 산에서 온 새

정지용 詩 병 부엉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기 오시네. 말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무서운 시계, 삼월 삼질 날,딸레, 산소

정지용 詩 무서운 시계 오빠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오빠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삼월 삼질 날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야기 상제로 사갑소. 딸레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 하다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 오니, 쬐그만 아주머니 마자 누가 다려 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여 울었다. 산소 ..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해바라기씨, 지는 해, 띠, 산너머 저쪽, 홍시

정지용 詩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실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해ㅅ빛이 입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시약시 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 지르고 간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지는 해 우리 오빠 가신 곳은 해님이 지는 서해 건너 멀리 멀리 가셨다네. 웬일인가 저 하늘이 피ㅅ빛 보담 무섭구나! 난리 났나. 이 났나. 띠 하늘 우에 사는 사람 머리에다 띠를 띠고, 이땅우에 사는 사람 허리에다 띠를 띠고, 땅속나라 사는 사람 발목에다 띠를 띠네...

배움/시 2010.07.07

평가) 시인 정지용에 대한 평가 – 문혜원 평론가의 평

방황의 도시에서 자연으로의 회귀 문혜원(문학평론가) (향수)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정지용은 모더니즘적인 시에서 동양화적인 산수시의 세계까지 비교적 다양한 작품의 경향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과에 실려있는 시들은 이미즘적인 경향의 시와카톨릭 귀의 시, 동양화적인 산수시로 나우어질 수 있다. 이 중 에 실려있는 시들은 다시 모더니즘과 전통 지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두 축으로 구분된다. 모더니즘 계열의 시들이 기존의 운율을 파괴하고 자유로운 리듬으로 쓰여져 있는 반면, 전통지향적인 시들은 2, 3, 4마디를 바탕으로 하는 민요나 동요의 전통 율격을 병형시킨 리듬을 가지고 있고, 전자가 슬픔과 외로움의 감정을 기본 정조로 한다면 후자는 그리움과 평온함으로 둘러싸여 있다. 표면상 모순되는 것 같은 두 경향은 에..

배움/시 20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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