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바 람, 별똥, 기차, 고향

올드코난 2010. 7. 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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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바 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원통 빨개졌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녹아도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고향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사월 바람을

기차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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