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병, 할아버지, 산에서 온 새

올드코난 2010. 7. 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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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부엉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기 오시네.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이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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