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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지용 作 - 산엣 색시 들녘 사내, 내맘에 맞는 이, 무어래요

올드코난 2010. 7. 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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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산엣 색시 들녘 사내

 

산엣 새는 산으로,

들녁 새는 들로.

산엣 색시 잡으러

산에 가세.

 

작은 재를 넘어 서서,

큰 봉엘 올라 서서,

 

(-)

(-)

 

산엣 색시 날래기가

표범 같다.

 

치달려 달어나는

산엣 색시,

활을 쏘아 잡았읍나?

 

아아니다,

들녘 사내 잡은 손은

차마 못 놓더라.

 

산엣 색시,

들녘 쌀을 먹였더니

 

산엣 말을 잊었음네.

 

들녘 마당에

밤이 들어,

활 활 타오르는 화투불 너머로

너머다 보며-

 

들녘 사내 선웃음 소리

산엣 색시

얼골 와락 붉었더라.

내맘에 맞는 이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오,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오,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 . . .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 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를 부르지요.

 

(앞으로-. .)

(뒤로-. .)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ㅅ고개 같어요.

. . . . 내맘에 맞는이.

 

무어래요

 

한길로만 오시다

한고개 넘어 우리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늦은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이 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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