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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슬픔의 삼매, 비방, 심은 버들

올드코난 2010. 7. 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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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韓龍雲)



슬픔의 삼매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비 방

 

 세상은 비방도 많고 시기도 많습니다.

  당신에게 비방과 시기가 있을지라도 관심치 마셔요.

  비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태양에 흑점이 있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대하여는 비방할  것이 없는  그것을 비방할는지 모르  

겠습니다.

 

  조는 사자를 죽은 양이라고 할지언정,

  당신이 시련을 받기 위하여 도적에게 포로가 되었다고

  그것을 비겁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달빛을 갈꽃으로 알고 흰모래 위에서 갈매기를 이웃하여

  잠자는 기러기를 음란하다고 할지언정, 정직한 당신이

  교활한 유혹에 속아서 청루에 들어갔다고,

  당신을 지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에게 비방과 시기가 있을지라도 관심치 마셔요.


심은 버들

  

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꺽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을 잡아 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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