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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지훈 作 승무, 고풍의상, 완화삼, (시인 조지훈 소개)

올드코난 2010. 7. 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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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詩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설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똥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풍의상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줏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 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 당혜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삶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완화삼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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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훈. 1920 - 1968. 경북 영양 출생. 본명은 동탁이며, 혜화전문학교를

졸업했다. 1939 <문장>지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1939)하여

<백지> 동인으로 활동했다. 초기 시는 불교적 선의 감각을 엿볼 수 있으며

동양적 정신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세계를 완성했다. 박두진, 박목월과 함께

<청록집>을 발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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