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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詩
붓 한 자루
붓 한 자루
나와 일생을 같이 하란다.
무거운 은혜
인생에서 얻은 갖가지 은혜,
언제나 갚으리
무엇해서 갚으리 망연해도
쓰린 가슴을
부둠고 가는 나그네 무리
쉬어나 가게
내 하는 이야기를 듣고나 가게.
붓 한 자루야
우리는 이야기나 써볼까이나.
서울로 간다는 소
깍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른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고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망정
새끼 둔 고산 땅, 소는 다시 못 오네.
안변 고산의 넓은 저 벌은
대대로 네 갈던 옛터로구나.
멍에에 벗겨진 등의 쓰림은
지고 갈 마지막 값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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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1892 - ?.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중퇴. 와세다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소설 ^6 236^무정^356 3^을 발표하는 등
육당과 더불어 우리나라 신문화 여명기의 개척자. 시집으로 <춘원시가집>이
있으며, 6.25 때 납북되어 생사불명.
출처:<한국인의 애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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