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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詩
무서운 시계
오빠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오빠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삼월 삼질 날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야기 상제로 사갑소.
딸레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 하다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 오니,
쬐그만 아주머니 마자
누가 다려 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여 울었다.
산소
서낭산ㅅ골 시오리 뒤로 두고
어린 누이 산소를 묻고 왔오.
해마다 봄ㅅ바람 불어를 오면,
나들이 간 집새 찾어 가라고
남먼히 피는 꽃을 심고 왔오.
종달새
삼동 내-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저리 놀려 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저리 놀려 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홀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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