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올드코난 2010. 7. 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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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1.
홀곡행, 수안 태수에게 올리다 〔
笏谷行 呈遂安守

 

 

彦眞山高笏谷深   언진산 산이 높고 홀곡은 골이 깊어

山根谷隧皆黃金   산이고 골짝이고 속은 다 황금이라네

淘沙 水星采現   모래와 물 거르면 별들이 빛나듯이

瓜子 粒紛昭森   무수한 사금들이 반짝반짝 나타나지

利竇一鑿混沌瘠   돈구멍만 파고 보면 하늘 땅도 야위어지고

快斧爭飛巨靈劈   잘 든 도끼질 자주하면 산신령도 쪼개지는 법

下達黃泉上徹    아래로 황천까지 위로는 하늘까지

洞穴  絶地    구멍이 펑펑 뚫려 지맥이 끊어지네

筋膚齧蝕交     살과 힘줄 다 찢기듯 골짝은 텅텅 비고

?脊森     해골 등뼈 앙상하듯 나뭇가지 비뚤어지며

山精  著樹    산의 정령 울어대며 나무 끝으로 오르고

鬼魅晝騁多啼鴉   낮도깨비 날뛰고 까마귀떼 까옥대네

椎埋竊發蔚雲集   사람백장 들고 일어나 구름처럼 모여들어

藏命匿姦潛引汲   못된 것들 끌어들여 남몰래 숨겨 두고는

穿 八九千   팔천 개 구천 개나 구덩이를 파고서

蜂屯蟻聚成遂邑   개미와 벌떼 한 고을을 이루었지

歌管嘲轟弄淸宵   밤이면 떠들면서 노래하고 피리 불고

酒肉芬芳宴花朝   꽃피는 아침이면 술 고기로 잔치하며

名娼妙妓日走萃   날마다 명기명창 그리로 모여드니

西關郡縣色蕭條   관서지방 고을들 몰골이 쓸쓸하다

農家募雇無人應   농가에는 품팔이 갈 사람이 없어서

日傭百錢猶不肯   돈 백냥을 준다 해도 오지 않을 것이므로

村閭破析田疇蕪   마을은 다 깨지고 전답은 모두 묵어

蒿萊? 成荒    쑥대밭 자갈밭이 되고야 말 것이네

山澤之利本宜    산택의 생산물은 나라에서 관리해야지

豈令狡獪恣所專   교활한 자 손아귀에 맡겨서야 될 것인가

太守新來民拭目   새로 온 태수에게 백성들 기대 크니

煩公夷坎塞    공이여 금구덩이 다 메우고 밭갈이나 독촉하구려

 


2.
조음동 〔
鳥吟洞

 

 牛溪隱者昔避兵   숨어 살던 우계가 옛날에 난리 피해

盡室遙謀鹿門耕   온 가족이 녹문산 가 밭 갈 계획 세웠다네

萬壑千峯鎖洞府   만학과 천봉이 마을 주위 막고 있어

干戈不撓     병에 지쳐 누운 마음 난리에도 끄떡않고

鶴駕伊川開帥府   왕세자는 이천에서 원수 막부 열었으며

龍灣駐行營   국왕은 용만의 행재소에 있었을 때

賓師自與執    보통 신하완 입장 다른 빈사의 위치로서

閉戶不肯纓冠輕   쉽사리 나오려 않고 문 닫고 들어앉아

三年肥遯不出世   삼 년을 꼭꼭 숨어 세상 모르고 지냈기에

山鳥惟聞讀書聲   산새들도 독서하는 소리만 들었다네

高文世世奕軒晩   대대로 벼슬해 온 혁혁한 가문들은

佐主謀國皆盡誠   임금 돕고 나라 위해 정성을 다해야지

委質不比齊梁聘   제량의 초빙 받은 그 처지완 다를텐데

致位頗同晋楚卿   가진 직위 어쩌면 진초의 경 흡사할까

賢人所爲愚莫測   현인이 했던 일을 우자가 알 길 없어

徘徊緬仰憂思    서성대며 생각하니 걱정만 뒤얽히네

 


3.
노인령 〔
老人嶺

  

高達山東永    고달산 동편이요 영풍에선 북녘인데

老人之嶺高     높다란 노인령 우뚝하게 솟아 있네

疊洞回谿千萬重   천만겹 첩첩산을 돌아 시내 흐르고

垂蘿古木淸晝黑   고목에 덩굴 엉켜 대낮이 껌껌하구나

我欲探幽入此路   내 이곳 구경하러 이 길로 접어들어

下馬杖藜 筋力   말에서 내려 청려장 짚고 온갖 힘 다썼는데

倭將淸正日本雄   왜놈 장수 청정은 일본의 영웅이었던지

提兵過嶺恣蛇食   군대 끌고 이 재 넘어와 통째로 삼켰다네

懸軍絶地兵所忌   험한 곳에 군대 투입은 병가의 금기인데

往來不碍如梭織   베 짜는데 북처럼 막힘없이 오가면서

旣渡猪灘窺北地   저탄을 얼른 건너서 북쪽 땅 노렸으니

蠢彼島夷誠鈍賊   어리석다 섬오랑캐 참으로 둔한 적이로세

此事如今不追咎   지금 와서 그 일을 나무란들 무엇하리

狂夫所爲神莫測   미친 놈이 하는 짓은 귀신도 잘 모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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