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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5

올드코난 2010. 7. 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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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10.   아가노래 〔兒哥詞

  

兒哥身不着一絲兒   실오라기 몸에 하나 안 걸친 아가가

出沒 海如淸池   맑은 연못 들락거리듯 짠 바다를 들락거리네

尻高首下驀入水   꽁무니 들고 머리 처박고 곧장 물로 들어가서

花鴨依然戱漣    오리처럼 자연스럽게 잔물결을 타고 가네

 文徐合人不見  소용돌이 무늬도 흔적없고 사람도 안 보이고

一壺汎汎行水面   박 한 통만 두둥실 수면에 떳더니만

忽擧頭出如水鼠   홀연히 물쥐같이 머리통을 내밀고서

劃然一嘯身隨轉   휘파람 한 번 부니 몸이 따라 솟구치데

  九孔大如掌   손바닥같이 큰 아홉 구멍짜리 전복은

貴人廚下充    귀한 양반 부엌에서 안줏감으로 쓰이는데

有時蚌鷸 石齒   때로는 바위틈에 방휼처럼 붙어 있어

能者於斯亦抵死   솜씨꾼도 그 때는 죽고야 만다오

嗚呼兒哥之死何足言   아가가 죽는거야 말할 것은 없지마는

名途熱客皆    벼슬길의 열객들도 모두가 보자기라네



11. 
해랑행 〔
海狼行

 

海狼狼身而獺皮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의 가죽으로

行處十百群相隨   간 곳마다 열 놈 백 놈 떼지어 다니면서

水中打園捷如飛   물 속 동작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襲魚不知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도 모른다네

長鯨一吸魚千石   고래란 놈 한 입에다 고기 천석 삼키기에

長鯨一過魚無跡   고래 한 번 지나가면 고기가 종자 없어

狼不逢魚恨長鯨  고기 차지 못한 솔피 고래를 원망하고

擬殺長鯨發謨策   고래를 죽이려고 온갖 꾀를 다 짜내어

一群衝鯨首   한 떼는 고래 머리 들이받고

一群繞鯨後   한 떼는 고래 뒤를 에워싸고

一群伺鯨左   한 떼는 고래 바른편 맡고

一群沈水仰鯨腹   한 떼는 물에 잠겨 고래 배를 올려치고

一群騰躍令鯨負   한 떼는 뛰어올라 고래 등에 올라타서

上下四方齊發號   상하사방 일제히 고함을 지르고는

 膚齧肌何殘暴   살갗 째고 속살 씹고 어찌나 잔인했던지

鯨吼如雷口噴水   우레 같은 소리치며 입으로는 물을 뿜어

海波鼎沸晴虹起   바다가 들끓고 청천에 무지개러니

虹光漸微波漸平   무지개도 사라지고 파도 점점 잔잔하니

嗚呼哀哉鯨已死   아아! 불쌍한 고래가 죽고 만 게로구나

獨夫不遑敵衆力   혼자서는 뭇힘을 당해낼 수 없는 것

乃能殲巨慝   약빠른 조무래기들 큰 짐을 해치웠네

汝蜚血戰胡至此   너희들아 그렇게까지 혈전을 왜 했느냐

本意不過爭飮食   원래는 기껏해야 먹이 싸움 아니더냐

瀛海 洋浩無岸   가도 없고 끝도 없는 그 넓은 바다에서

汝輩何不揚 掉尾相休息   너희들 지느러미 흔들고 꼬리 치면서  서로 편히들 살지 못하느.


12.   오징어 노래 〔 魚行

 

水邊行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忽逢白鷺影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皎然一片雪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與水同靜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擧頭謂白鷺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子志吾不省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旣欲得魚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云何淸節秉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 하는가

我腹常貯一囊墨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一吐能令數丈黑   한 번만 내뿜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魚目昏昏咫尺迷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掉尾欲往忘南北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我開口呑魚不覺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我腹常胞魚常惑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子羽太潔毛太奇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縞衣素裳誰不疑  위 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하겠나

行處玉貌先照水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魚皆遠望謹避之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子終日立將何待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子脛但酸 常飢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子見烏鬼乞其羽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和光合 從便宜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然後得魚如陵阜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子之雌與子兒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白鷺謂烏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汝言亦有理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天旣賦予以潔白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予亦自視無塵滓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豈爲充玆一寸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變易形貌乃如是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魚來則食去不追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我惟直立天命俟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含墨 且嗔   오징어가 호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愚哉汝鷺當餓死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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