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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4

올드코난 2010. 7. 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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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9.  자신을 비웃음 〔自笑

  

如醉如醒度半生   취한 듯이 깬 듯이 반평생을 보내면서

到頭 得此身名   간곳마다 푸짐한건 이 몸의 이름이지

泥沙滿地掉    진창 모래 천지인데 갈기 늦게 흔들었고

彌天舒翼輕   하늘 가득 그물인데 경솔하게 날개 폈어

落日齊山誰繫住   제산에 지는 해를 누가 잡아맬 것인가

衝風楚水可橫行   풍파 드센 초수를 마음대로 어이가리

同胞未必皆同命   형제라고 운명이 다 같지야 않겠지만

自笑迂儒闇世情   세상물정 어두운 선비 나 자신을 비웃노라

 

草草冠裳是汝欺   초초한 그 옷차림 바로 너를 속인 것이지

十年驅策 奔疲   십년을 쏘댔지만 피곤 말고 소득이 뭔가

智周萬物愚無對   만물을 다 안다면서 대답 못하는 우자이며

名動千人謗已隨   천인이 이름 알아도 그 뒤에는 훼방인 것을

不見紅顔多薄命   미인이 흔히 박명하다고 그 기록 안 보았던가

由來白眼在親知   백안으로 보는 자는 언제나 친지 쪽이데

蛇鱗 翼終何待   뱀비늘에 매미날개 게서 뭘 기대하리

自笑吾生到底癡   우스워라 나야말로 철저한 멍청이로세

 

迷茫義路與仁居   의로 인거 어디인지 갈피를 못 잡고서

求道彷徨弱冠初   그 길을 찾으려고 약관 시절에 방황했지

妄要盡知天下事   이 세상 모든 일을 모두다 알 양으로

遂思窮覽域中書   책이라고 생긴 것은 다 읽기로 생각했다네

淸時苦作傷弓鳥   태평시절 괴롭게도 활에 다친 새였더니

殘命仍成掛網魚   남은 목숨 이제는 그물에 걸린 고기로세

千載有人知我否   천년 두고 어느 누가 나를 알자 있을는지

立心非枉是才    마음 잘못 먹은게 아니라 재주 적어 그런거야

 

浮世論交問幾人   뜬 세상에 사귈 사람 몇이나 된다던가

枉將朝市作情眞   조시사람 잘못 알고 진정으로 대해서야

菊花影下詩作重   국화그림자 아래서는 시 잘한다는 이름 높고

楓樹壇中嘗會頻   단풍나무 단 속에선 연회가 잦은 법이지

驥展好看蠅附尾   천리마 꼬리에 붙은 파리는 좋게 보고

龍顚不禁蟻侵鱗   개미가 기어올라도 용은 그냥 둬둔다네

紛綸物態成孤笑   세상의 온갖 꼴들 웃음이 절로 나와

一任東華暗軟塵   동화의 먼지 속에다 묻어두고 말자꾸나

 

  深知涉世難   강직하면 세상 살기 참으로 어려워

俳優叢集笑儒冠   광대들이 때로 모여 유자라면 비웃어대지

都無熱肺爭微祿   열정이라곤 전혀 없이 적은 녹이나 다투고

未作卑顔事達官   달관이나 꿈꾸면서 얼굴빛은 안 그런 체

紅杏園林留酒飮   살구나무 동산에서 술이나 늘 마시고

綠苔門卷抱書看   이끼 낀 집에 앉아 책을 들고 보기도 하지

呑舟不遇瀛溟水   배를 삼킬 큰 고기는 큰 바다 못 만나서

容易含鉤上竹竿   낚시 물고 낚시대에 매달리기 일쑤라네

 

金華玉署解塵綠   금호거나 옥서거나 세상 인연 모두 끊고

苕水鍾山興杳然   아슴푸레 그리운 곳 소수 종산 뿐이라네

喚婦 張桑拓圃   아내 불러 뽕나무 심을 밭이나 더 넓히고

敎兒經略菜苽田   채소밭은 자식 시켜 가꾸라고 하면 되지

天於淸福?無比   하늘이 점지한 복은 인색하기 그지없어도

地設荒 待有年   땅이 만든 벽촌에는 풍년이 없지 않아

萬事不如今日飮   뭐니뭐니 해도 오늘 당장 마시는 게 제일이지

思明日事是癡癲   내일 일을 생각하면 그는 벌써 바보라네

 

    二十秋   낙심하고 실망하고 이십년을 보내면서

夢中微獲覺來收   꿈속에서 얻은 것을 깨고 나서 거뒀다네

浮名四達已陳跡   사방에 난 헛 명예 그도 모두 지나간 일

外物一空餘禿頭   몸 말고는 있는게 없고 남은 것은 대머리뿐

顧賀昔稱江左望   옛날에는 강좌에서 고하를 쳤었는데

蔡陵今作 西羞   지금은 채릉이 농서의 추물이라오

眼前莫造崎嶇想   기구한 생각일랑 지금 당장 하지 말자

隨意雲行又水流   구름 따라 물 따라 가는 대로 가면 되지

 

不幸窮來莫送窮   불행하게 온 빈궁을 쫓으려고 하지 말자

固窮眞正是豪雄   곤궁을 이기는 것 그게 영웅 호걸이지

成灰孰顧漢安國   재가 된 한안국을 누가 다시 돌아보리

臨渡常逢呂馬童   강 건널 때 언제나 여마동을 만난다네

寵辱莊生春夢裡   사랑 받건 욕을 먹건 장주의 춘몽이요

賢愚杜老醉歌中   현자거나 우자거나 술취한 두보 노래 속이야

海天昨夜     어젯밤 바다 위에 부슬부슬 내린 비로

雜沓林花萬樹紅   잡다한 나무숲에 온갖 꽃들 다 폈겠다

 

呂宋瓜 東復東   여송 과애 풍속들이 동으로 동으로 밀려와서

被風吹轉似飛蓬   바람 타고 날아오는 쑥대처럼 빠르다네

晩年湯沐長    늘그막의 탕목읍이 장기현이 기란말가

小劫滄桑短髮翁   상전벽해 다 겪은 머리 짧은 영감이로세

滿案魚蝦非薄祿   고기반찬 상에 가득 이 어디 박한 녹인가

 園松竹也淸風   정원 두른 송죽은 맑은 바람 만들어낸다

破書千卷將何措   읽고 남은 천 권 책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如夷是汝功   구덩이 속을 평지처럼 네 덕으로 살고 있단다

 

衆口銷金太母知  입이 많으면 쇠도 녹는 것 할머니가 아는 일이지

叢拳下石莫驚疑   뭇주먹 돌팔매를 이상하게 여길 것 없어

人方怯耳非憎我   사람들이 겁나서지 내가 미워하는 짓 아니며

天實爲之欲恨誰   하늘의 뜻인 것을 그 누구를 한할 것인가

北極星辰如昨日   북극에 별들은 어제와 똑같은데

西江風浪竟何時   서강의 풍랑은 어느 때나 멎을는지

窮途只 胸懷窄   막다른 골목에서 이 마음 좁아질까봐

臨海柴門 立遲   바다쪽 사립문에서 우두커니 서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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