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7

올드코난 2010. 7. 8. 23:22
반응형

다산 정약용

 


15.  
탐진의 농가 〔
耽津農歌

  

臘日風薰雪正晴    납일에 훈풍 불고 눈도 정히 개었는데

籬邊札札曳犁聲    울가에는 이러쯔쯔 쟁기 끄는 소리로세

主翁擲杖嗔傭懶    머슴놈 게으르다 주인영감 호통치며

今歲裳蒜第二     금년 들어 이제 겨우 두벌갈이 하느냐네

 

稻田洩水須種麥    벼논에 물을 빼고 보리를 심었다가

刈麥卽時還     보래 베어 낸 즉시 모를 또 심는다네

不肯一日休地力    지력을 하루라도 놀리려고 아니하여

四時 變色靑黃    푸른색 누른색이 철을 따라 아름답지

 

洌水之間丈二    한강부근 가래들은 그 길이가 두 발이어서

健夫齊力苦酸腰   장정들이 힘 합해도 허리리가 아프다던데

南童隻手持短    남쪽의 짧은 삽은 아이들도 한 손으로

容易治畦引灌遙   두둑 치고 물을 대고 쉽게 쉽게 하네그려

 

  從來不用鋤   김을 매고 북을 줘도 호미를 쓴 일 없고

   亦須除   논에 나는 잡초도 손으로 뽑아 없앤다네

那將赤脚 鍼血   어쩌하면 맨다리에 방게 물어 흐르는 피를

添繪銀臺遞奏書   은대에서 계속 울리는 상소문에다 그리게 할까

 

秧雇家家婦女狂  집집마다 모품팔이 아낙네들 정신없어

不曾刈麥助盤床  보리 베는 반상도 도우려들지 않는다네

輕違李釣趨張召  이가에게 약속 어기고 장가에게 가는 것은

自是錢秧勝飯秧  돈모가 밥모보다 더 낫기 때문이라네

 

豪家不惜萬緡錢  부호들은 일만 꿰미 많은 돈도 안 아끼고

疊石防潮 月弦  썰물 때 돌을 쌓아 바다를 막는다

舊拾蚌螺今穫稻  조개 줍던 바다에서 지금은 벼를 수확

由來瀉鹵是   간사지가 논이 되어 옥토로 변했다네

 

懶習眞從沃壤然  게으른 습서은 옥토에서 생기기에

上農猶復日高眠  상농가도 덩그렇게 해뜨도록 잠만 잔다

楡陰醉罵移時歇  느릅나무 그늘에서 술주정을 부리다가

徐取一牛耕旱田  소 한 마리 몰고 나와 마른밭을 간다네

 

陂澤漫漫不養魚  넓디넓은 연못에도 물고기를 안기르고

兒童愼莫種芙   애들더러 연꽃도 심지를 말란다네

豈惟蓮子輸宮裏  연밥 따면 관가에다 바쳐야 할 뿐아니라

官人暇日漁  틈 있으면 관리들이 고기잡을까 싶어서야

 

竹管鐵箸夾成   대통에다 쇠꼬챙이 가장귀를 만들어서

一穗須經一手爬  이삭하나 훑으려면 손이 한 번 꼭 간다네

北方打稻皆全   볏단째로 털어대는 북쪽지방 타작법을

豪快眞堪向汝誇  너희에게 자랑을 좀 했더라면 좋았을걸

 

處處沙田吉貝宜  곳곳마다 모래밭 목화 심기 알맞은 땅

玉川春織最稱奇  봄에 짠 옥천산이 제일 좋다고 하는게지

那將碌 輕輕展  어쩌하면 고무래로 살짝살짝 발라내어

落子調勻似置棋  바둑판에 바둑마냥 씨앗을 죽 골라낼까.



16. 
탐진어가〔
耽津漁歌

 

桂浪春水足鰻   계량에 봄이 들면 뱀장어 물 때 좋아

 取弓船    그를 잡으러 활배가 푸른 물결 헤쳐간다

高鳥風高齊出港  높새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나갔다가

馬兒風緊足歸時  마파람 세게 불면 그 때가 올 때라네

 

裳廻四   세 물 때가 지나가고 네 물 때가 돌아오면

波沒舊漁臺  까치파도 세게 일어 옛 어대가 파묻힌다

漁家只道江豚好  어촌에 사람들은 복어만 좋다하고

盡放 魚博酒杯  농어는 몽땅 털어 술과 바꿔 마신다네

 

松燈照水似朝霞  물에 비친 관솔불이 아침노을 흡사한데

鱗次筒兒植淺沙  긴 통들이 차례로 모래물에 꽂혀 있네

莫遣波心人影墮  물속에 사람 그림자 비쳐들게 하지 말라

 他句引赤胡   적호상어 그를 보고 달려들까 두렵구나

 

楸洲船到獺洲淹  추자도 장사배가 고달도에 묵고 있는데

滿載耽羅竹帽   제주산 갓 차양을 한 배 가득 싣고 왔다네

縱道錢多能善賈  돈도 많고 장사도 잘한다고 하지마는

鯨波無處得安恬  간곳마다 거센 파도 마음 놓을 때 없으리

 

兒女脘脘簇水頭  물머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계징애들

阿孃今日試新   그 어미가 수영을 가르치는 날이라네

就中那箇花鳧沒  그 중에서 오리처럼 물속 헤엄치는 여자

南浦新郞納綵紬  남포 사는 신랑감이 혼수감을 보내왔다네

 

瓜皮革履滿回汀  작은 배 가죽신발 부두를 메웠는데

船帖今年受惠廳  올해에는 선첩을 선혜청에서 받는다네

莫道魚蠻生理好  어부들 살기가 좋아졌다고 말을 말라

桑公不赦小笭   종다래끼 하나도 그냥 둘 상공 아니란다

 

 船初發鼓    종선이 떠나면서 북을 둥둥 울리고는

歌曲唯聞指?  지국총 지국총 들리느니 뱃노래라네

齊到水神祠下伏  수신사 아래 가서 모두가 엎드려서

默祈吹順七山風  칠산바다 순풍을 맘속으로 비노라

 

漁家都喫絡蹄羹  어촌에서 모두가 낙지국을 즐겨먹고

不數紅鰕與綠   붉은 새우 녹색 맛살은 치지를 않는다

澹菜憎如蓮子小  홍합이 연밥같이 작은게 싫어서

治帆東向鬱陵行  돛을 달고 동으로 울릉도로 간다네

 

 閣嵯峨壓政軒  육방관속 서슬이 성주를 압도학

朱牌日日到漁村  아전들이 날마다 어촌을 찾는다네

休將帖子分眞   선첩의 진짜 가짜 따질 것이 뭐라던가

官裏由來虎守門  관이란게 원래부터 문 지키는 호랑인데

 

弓福浦前紫滿船  궁복포 앞에는 나무가 배에 가득

黃腸一樹値千錢  황장목 한 그루면 그 값이 천금이라네

水營房子人情厚  수영의 방자놈은 인정이 두둑하여

醉臥南塘垂柳邊  수양버들 아래 가서 술에 취해 누워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