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10

올드코난 2010. 7. 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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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21.  중이 소나무를 뽑는 노래 〔僧拔松行

 

 白蓮寺西石   백련사 서쪽편에 석름봉이 있는데

有僧  行拔松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솔을 뽑는 중이 있어

穉松出地裳數寸  어린 솔 돋아나서 두어 치 자라게 되면

嫩幹柔葉何   연한 줄기 부드러운 잎 어찌 그리 무성한지

孀孩直須深愛護  어린애를 다루듯이 조심조심 가꾸어야

老大 復成?  자라서 구불구불 용과 같은 재목 될 텐데

胡爲觸目皆拔去  어찌하여 보이는 족족 모두 다 뽑아버려

絶其萌蘗湛其宗  씨도 종자도 안 남기고 없애려고 들기를

有如田翁荷鋤携長裳  마치 농부가 호미 메고 가래 들고

力除  勤爲農  농사 위해 한사코 잡초를 뽑아 없애듯이 하는가

又如鄕亭小吏治官道  또 어쩌면 향정의 아전들이 관도를 닦으면서

剪伐茨棘通人   사람이 소통하도록 가시덤불 쳐버리듯 하는가

又如蔿敖兒時樹陰德  또 어쩌면 위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으려고

道逢毒蛇殲殘凶  길에서 만난 독사를 죽이는 듯이 한단 말인가

又如 ¿怪鬼披赤髮  또 어쩌면 마귀가 용을 쓰고 북은 머리 산발하고서

拔木九千聲    떠들어대며 구천 그루 나무를 뽑듯이 하는가

招僧至前問其意  중을 불러 앞에 세우고 그 뜻을 물었더니

僧咽不語淚如  목이 메어 말을 못하고 눈물만 맺네그려

此山養松昔勤苦  옛날에는 이 산에 애를 써서 솔을 길러

 梨芯 遵約恭  승려 비구 할 것 없이 약속을 잘 지키며

惜薪有時餐冷飯  땔나무 아끼느라 때로는 냉반 먹고

巡山直至鳴晨鐘  새벽종이울 때까지 산을 돌며 살폈기에

邑中之樵不敢近  읍내의 나무꾼들 얼씬을 못했는데

 乃村斧 其鋒  하물며 마을사람 도끼날이 범했으리

水營小校聞將令  수영의 졸개가 장군 명령 듣고서는

入門下馬氣如蜂  땅벌 같은 기세로 말에서 내려 들어오더니

枉捉前年風折木  작년에 바람에 꺾인 나무를 잡고서는

謂僧犯法撞其胸  중이 법을 범했다고 가슴을 쥐어박아

僧呼蒼天怒不息  하늘 불러 호소했지만 그의 성냄 풀리지 않아

行錢一萬裳彌縫  돈 일만 냥 집어주고 겨우 때워 넘겼는데

今年斫松出港口  금년에는 솔을 베어 항구로 내려가면서

爲言備倭造    왜놈 막을 큰 배를 만든다고 하더니만

一葉之舟且不製  조각배 한 척도 만들지 않고서는

我山無舊容  옛 모습 볼 수 없게 우리 산만 망쳤다네

此松雖穉留則大  이 소나무 어리지만 그냥 두면 커지리니

拔出禍根那得   화근을 뽑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되지요

自今課拔如課種  그 전에 솔 심듯이 지금은 다 뽑아버리고

猶殘雜木聊禦冬  잡목이나 남겨두어 겨울을 나렸더니

官帖朝來索榧子  아침에 관첩 내려 비자를 찾는다니

且拔此木山門封  그 나무마저 뽑아버리고 산문을 봉하리라.



22.
호랑이 사냥 노래

 

五月山深暗草莽  오월에 산이 깊고 풀숲이 우거지면

穀子須   호랑이가 새끼 치고 젖을 먹여 기르는데

已空狐兎行博人  여우 토끼 다 잡아먹고 사람까지 덮치려고

離棄窟穴橫村塢  제 굴을 벗어나서 마을에 설친 통에

樵蘇路絶 ¿  나뭇길도 다 끊기고 김매기도 못하고서

山氓白日深閉戶  산골 백성 대낮에도 방문을 굳게 닫고

 婦悲啼思   홀어미 된 자 슬피 울며 칼 꽂을 일을 생각하고

勇夫發憤謀張弩  용감한 자 분이 나서 활을 당겨 잡으려 들면

縣官聞之心惻然  그 소식을 들은 현관 불쌍한 맘이 들어

勅發小校催獵虎  졸개들을 동원하여 범사냥을 나서란다네

前驅 出一村驚  앞몰이꾼 나타나면 온 마을이 깜짝놀라

丁男走藏翁被虜  장정들은 도망가 숨고 늙은이만 붙들리는데

小校臨門氣如虹  문에 당도한 졸개들 무지개같은 기세로

  粉似雨  호령하며 몽둥이질 빗발치듯 하기 때문에

?殺猪喧四隣  닭 삶고 돼지 잡고 이웃이 떠들썩하게

 糧設席走百堵  방아찧고 자리 깔고 야단법썩이 난다네

討醉爭傾象鼻彎  꼬부라진 코가 되게 취하도록 퍼마시고

聚軍雜 ?累鼓  군졸들 모아놓고 계루고를 쳐대는데

里正縛頭田正   이정은 머리 싸매고 전정은 넘어지고

拳飛 落朱血吐  주먹질 발길질에 붉은 피를 토한다네

斑皮入縣官啓齒  호랑이 가죽 들어오면 사또는 입 벌리고

不費一錢眞善賈  돈 한 푼 안 들이고 장사를 잘 했단다네

原初虎害誰入告  애당초 호랑이 피해 알린 자가 누구더냐

巧舌  受衆怒  주둥이로 까불다가 뭇사람 노여움 샀지

猛虎傷人止一二  맹호에게 다쳐보았자 한 두 사람이 고작일텐데

豈必千百罹此苦  천백 명이 그 괴로움 당할 것이 뭐란 말인가

弘農渡河那得聞  홍농에서 자식 곡한 일 그대는 못 보았나

泰山哭子君未覩  태산에서 자식 곡한 일 그대는 못 보았나

先王蒐 各有時  선왕들은 사냥을 해도 제각기 때가 있어

夏月安苗非習武  여름철에는 안묘이지 군사훈련 아니었네

生憎悍吏夜打門  밤에도 문짝 치는 가증스런 그 관리들

願留餘虎以禦侮  남은 호랑이 두었다가 그들이나 막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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