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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6

올드코난 2010. 7. 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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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13.  장기농가 〔 農歌

 

麥嶺崎嶇似太行   보릿고개 험한 고개 태산같이 험한 고개

天中過後始登場   단오명절 지나야만 가을이 시작되지

誰將一椀熬靑    풋보리죽 한 사발을 그 누가 들고가서

分與籌司大監嘗   주사의 대감도 좀 맛보라고 나눠줄까

 

秧歌哀婉水如油   못노래는 애절하고 논에 물은 넘실대는데

嗔怪兒哥別樣羞   아가가 유별나게 수줍다고 야단이야

白苧新 黃苧    하얀 모시 새 적삼에 노란 모시 치마를

籠中十襲待中秋   장롱 속에 길이 간직 추석 오기만 기다린다네

 

曉雨廉纖合種煙   부슬부슬 새벽비가 담배 심기 알맞기에

煙苗移 小籬邊   담배모종 옮겨다가 울밑에다 심는다네

今春別學英陽法   올봄에는 영양에서 가꾸는 법 따로 배워

要販金絲度一年   금사처럼 만들어 팔아 그로 일년 지내야지

 

新吐南瓜兩葉肥   호박 심어 토실토실 떡잎이 나더니만

夜來抽蔓絡柴扉   밤 사이에 덩굴 뻗어 사립문에 얽혀 있다

平生不種西瓜子   평생토록 수박을 심지 않는 까닭은

官奴惹是非   아전놈들 트집잡고 시비 걸까 무서워서라네

 

鷄子新生小似拳   작기가 주먹만한 갓 까놓은 병아리들

嫩黃毛色絶堪憐   여리고 노란 털이 깜찍하게 예쁘다네

誰言弱女 虛祿   어린 딸 공밥 먹는다 말하는 자 누구더뇨

堅坐中庭看   꼼짝 않고 뜰에 앉아 솔개 보는 것을

 

 麻初剪牡麻鋤   어저귀 베어내고 삼밭을 메느라고

蓬頭夜始梳   늙은 할멈 쑥대머리 밤에야 빗질하고

蹴起僉知休早臥   일찍자는 첨지를 발로 차 일으키며

風爐吹火改    풍로에 불 지피고 물레도 고치라네

 

 葉團包麥飯呑   상추쌈에 보리밥을 둘둘 싸서 삼키고는

合同椒醬與    고추장에 파뿌리를 곁들어서 먹는다

今年比目猶難得   금년에는 넙치마저 구하기가 어려운데

盡作乾 入縣門   잡는 족족 말려서 관가에다 바친다네

 

不敎黃犢入瓜田  송아지가 외밭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移繫西庭碌   서편 뜰 고무래 옆에 옮겨 매 두었는데

里正曉來穿鼻去  새벽녘에 이정이 와 코를 뚫어 몰고 가며

東萊下納始裝船  동래 하납 배를 챙겨 짐 싣는다 하더라네

 

 葉新畦割半庭  마당을 절반 떼어 배추를 심었는데

苦遭蟲蝕穴星星  벌레가 갉아먹어 구멍이 숭숭 났네

那將訓練臺前法  어찌하면 훈련대 앞 가꾸는 법 배워다가

恰見芭蕉一樣靑  파초 같은 배추잎을 볼 수가 있을까

 

野人花草醬罌邊  시골사람 꽃이래야 기껏하면 장독가에

不過鷄冠與鳳仙  맨드라미 봉선화 그것이 고작이지

無用海榴朱似火  쓸모없는 바다석류 붉기가 불 같기에

晩春移在客窓前  늦은 봄날 옮겨다가 객창 앞에다 심었다네.



14.
탐진 풍속 노래(
耽津村謠)


樓犁嶺上石漸漸
  누리령 잿마루에 바위가 우뚝한데

長得行人淚灑沾  길손이 눈물뿌려 사시사철 젖어 있다

莫向月南瞻月出  월남을 향하여 월출산을 보지 마소

峰峰都似道峯尖  봉마다 모두가 도봉산 모양이라네

 

山茶接葉冷童童  동백나무 잎들은 얼어도 타박하고

雪裏花開鶴頂紅  눈 속에 꽃이 피면 붉기가 학 이마 같아

一自甲寅鹽雨後  갑인년 어느날에 소금비가 내린 후로

朱欒黃柚盡枯叢  유하나무 감귤나무도 모두 말라 없어졌다네

 

海岸  百尺高  바닷가 왕대나무 키가 커서 백 자러니

如今不中釣船   지금은 낚싯배 상앗대로도 못 쓴다네

園丁日日培新   정원지기가 날마다 새 대를 가꾸어서

留作朱門竹瀝膏  죽력 내내 권문세가에 바치기 때문이야

 

崩城敗壁枕寒丘  성벽은 다 무너져 언덕바지 설렁한데

 吹黃昏古礎頭  해가 지면 징소리만 주춧돌을 울린다네

諸島年年空斫木  여러 섬에 나무들을 해마다 베어만 내지

無人重建聽潮樓  청조루를 중건하는 사람은 통 없다네

 

水田風起麥波長  무논에 바람 불면 보리물결 장관이고

麥上場時稻揷秧  보리타작 할 무렵에 모를 게다 꽂는다

 菜雪天新葉綠  배추는 눈 속에서 새로 잎이 파랗고

鷄雛 月嫩毛黃  병아리는 섣달에 솜털이 노랗다네

 

石梯院北路多   석제원 북쪽에는 갈림길이 하 많아서

終古娘娘此別離  예부터 낭자들이 이별하는 곳이라네

恨殺門前楊柳樹  한도 많은 문 앞의 수양버들 나무들은

炎霜 折少餘枝  그통에 다 꺾이고 남은 가지 몇 개 없어

 

棉布新治雪樣鮮  눈처럼 새하얀 새로 짜낸 무명베를

黃頭來博吏房錢  이방에 낼  돈이라고 졸개가 와 뺏는구나

漏田督稅如星火  누전의 조세를 성화같이 독촉하여

三月中旬道發船  삼월하고 중순이면 세 실은 배를 띄운다네

 

莞洲黃漆瀅琉璃  완주의 황옻칠은 맑기가 유리 같아

天下皆聞此樹奇  그 나무가 진기한 것 천하가 다 알고 있지

聖旨前年 貢額  작년에 성상께서 세액을 견감했더니

春風 蘖又生枝  봄바람에 밑둥에서 가지가 또 났다네

 

烏蠻總角髮如雲  오만족 총각인지 머리털은 더부룩한데

寫出三倉法外文  써내는 글씨 보니 중국 문자 아니로세

不是瓜 應呂宋  자바섬이 아니면 루손섬에서 왔으렷다

薔薇玉盒潑奇芬  장미빛 옥합에서 야릇한 향내 풍기네

 

蓮寺樓前水一規  백련사 누대 앞에 둥그렇게 비친 물결

春潮如雪上門楣  봄이면 눈 같은 조수 문중방까지 오른다네

名藍總隸頭輪寺  유명한 절 다해봐야 두륜사가 으뜸이지

爲有西山御製碑  서산대사 공적 기린 어제비가 있으니까

 

村童書法苦支離  시골 애들 습자법이 어찌 그리 엉망인지

點劃戈波箇箇   점획과파 모두가 낱낱이 비뚤어져

筆苑舊開薪智島  글씨방이 옛날에 신지도에 열려 있어

 房皆祖李匡師  아전들 모두가 이광사에게 배웠었는데

 

荊棘何年一路開  가시밭길 어느 때나 앞길이 트일는지

黃茅苦竹似珠雷  누른 띠밭 참대나무 주릿대 비슷하네

刑房小吏傳呼急  형방의 아전들이 소란 떠는 것이

知是京城謫客來  서울에서 누가 또 귀양을 왔군 그래

 

三月松池馬市開  삼월이면 송지에 말시장에 열리는데

一駒五百揀天才  오백 푼만 집어주면 천재마를 고르게 되지

  子烏   흰말총 체라던지 검은 말총 갓이랑은

都自拏山牧裏來  그 모두가 한라산 목장에서 온 거라오

 

自古漸臺嗜鰒魚  전복이야 옛날부터 점대에서도 즐겼지만

山茶濯 語非虛  동백기름이 창자 훑어낸다는 것 헛말이 아니로세

城中小吏房   성 안의 아전들 들창문 안에는

 揷奎瀛學士書  규장각 학사들의 서찰이 다 꽂혔네

 

都督開營二百年  도독 영문 둔 지가 이백 년이 되었는데

皐夷不復繫倭船  두부에는 왜놈 배를 다시 매지 못했었지

陳璘廟裏生春草  진린의 사당 속엔 봄풀이 우북한데

漁女時投乞子錢  아낙들이 돌을 던져 아들 점지 해달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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