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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9

올드코난 2010. 7. 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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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20. 여름에 술을 대하다 〔夏日對酒

 

后王有土田    임금이 땅을 가지고 있는 것이

譬如富家翁    말하자면 부잣집 영감 같은 것

翁有田百頃    영감 밭이 일백 두락이고

十男各異宮    아들 열이 제각기 따로 산다면

應須家十頃    당연히 한 잡에 열 두락씩 주어

飢飽使之同    먹고 사는 형편을 같게 해야지

 男呑八九    교활한  녀석이 팔구십을 삼켜버리면

癡男庫常空    못난 자식은 곳간 늘 비기 마련이고

 男粲錦服    교활한 녀석이 비단옷 찬란할 때

癡男苦      못난 자식은 병약에 시달리겠지

翁眼苟一     영감이 눈으로 그 광경 보면

?酸其衷    불쌍하고 소이 쓰리겠지만

任之不整理    맡겨버리고 직접 정리를 않았기에

宛轉流西東    서쪽 동쪽 제멋대로 돼버린 게지

骨肉均所受    똑같이 받은 뼈와 살인데

慈惠何不公    사랑이 왜 불공정한가

大綱旣      근본이 무너져버렸기에

萬事窒不通    만사가 따라서 꽉 막힌 것이지

中夜拍案起    한밤중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

歎息瞻高穹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본다네

芸芸首黔者    많고 많은 머리 검은 자들

均爲邦之民    똑같은 나라 백성들인데

苟宜有徵斂    마땅히 무엇인가 거두어야 할 때면

 矣是富人    부자들을 상대로 해야 옳지

胡爲剝割政    어찌하여 피나게 긁어가는 일을

偏於庸     유독 힘 약한 무리에게만 하는가

軍保是何名    군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作法殊不仁    자못 좋지 않게 만들어진 법이야

終年力作苦    일년 내내 힘들여 일을 해도

曾莫庇其身    제몸 하나 가릴 길이 없고

黃口出胚胎    뱃속에서 갓 태어난 어린 것도

白骨成灰塵    백골이 진토가 된 사람도

猶然身有     그들 몸에 요역이 다 부과되어

處處號秋旻    곳곳에서 하늘에 울부짖고

寃酷至絶陽    성기까지 잘라버릴 정도니

此事良悲辛    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戶布久有議   호포문제도 오랜 논의 끝에

立意差停勻   제법 평등한 안을 세워

往歲平壤司   작년에 평양감영에서

薄試裳數旬   겨우 몇십일 시험하다 말았다네

萬人登山哭   만인이 산에 올라 통곡하거니

何得布絲綸   무슨 재주로 왕의 말씀 선포하리

格遠必自邇   먼 곳 가려면 가까운 데서 시작하고

制疏必自親   소원한 자 다스리려면 가까운 자부터 해야지

如何     어찌하여 고삐와 굴레를 가지고

先就野馬馴   야생마부터 먼저 길들이려 드는가

探湯乃由沸   놀라 손떼는 것은 물이 끓기 때문

計謀那得伸   소기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랴

西民久掩抑   서쪽 백성들 오랜 세월 억눌리어

十世 簪紳   열 대를 두고 벼슬 한 장 없으니

外貌雖愿恭   겉으로야 공손한 체할망정

腹中常輪     뱃속은 언제나 불평불만이지

漆齒昔食國    왜놈들 먼저 나라 삼켰을 때

義兵起      의병이 일어나 활약했지만

西民獨袖手    서쪽 백성들은 수수방관했는데

得反諒有因    그렇게 갚은 것 원인이 있어서지

 念腸內沸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올라

通音求反眞    술이나 진탕 마시고 천진 되찾으려네

 

耕者必蓄食    농가엔 반드시 식량을 비축하여

三年蓄一年    삼년이면 일년치를 비축하고

九年蓄三年    구년이면 삼년치를 비축하여

檢發以相天    곡식 풀어 백성 먹여 살리는건데

社倉一濫觴    한번 사창이 시작된 후로

萬命哀顚連    불쌍하게도 수많은 목숨 떠돌이 됐지

債貸須兩願    빌려주고 빌리는 건 두 쪽이 다 맞아야지

强之斯不便    억지로 시행하면 그건 불편한거야

率土皆掉頭    천하 백성이 다 머리 흔들지

一夫無流涎    군침 흘리는 자는 한 명도 없어

春蠱受一斗    봄철 좀먹은 것 한 말 받고

  二斗全    가을에 정미 두 말을 갚는데

況以錢代蠱    더구나 좀먹은 쌀값 돈으로 내라니

豈非賣      정미 팔아 돈으로 낼 수 밖에

 餘肥奸     남은 이윤은 교활한 관리 살찌워

一宦千頃田    환관 하나가 밭이 천 두락이고

楚毒歸圭     백성들 차지는 고생뿐이어서

割剝紛     긁어가고 벗겨지고 걸핏하면 매질이라

 鍋旣盡出    가마솥 작은 솥을 모두다 내놨기에

 粥犢亦牽    자식이 팔려가고 송아지도 끌려간다네

休言備軍儲    군량미 비축한다 말도 말게나

此語徒      그 말은 교묘하게 둘러맞추는 말일 뿐

封庫逼歲除    섣달 그믐 임박해서 창고문 닫아 걸고

在春前    새봄이 되기 전에 곳간이 바닥나니

  僅數月    쌓아 둔 기간은 겨우 몇 달 뿐이요

通歲常     그 나머진 일년 내내 비어있는 꼴이지

軍興本無時    언제 어찌 될지 몰라 대비라면

何必巧無愆    그 때만 꼭 탈 없으란 법 있다던가

休言給農     농가 식량 대준다는 그 말도 하지 말게

慈念太勤宣    지나치게 사랑을 베푸는 소리로세

兒女旣析産    자년들이 제각기 살림을 났으면

父母許自專    부모로선 넌지시 저희들 하는 대로

靡嗇各任性    헤프거나 아끼거나 저들 성격에 맡겨야지

何得察粥     죽 쑤어라 뭘해라 간섭할게 뭐라던가

願從夫婦議    부부끼리 상의해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不願父母憐    부모의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네

常平法本美    상평의 법이 원래 좋았는데

無故遭棄捐    아무런 까닭없이 버림을 당했으니

已矣且飮酒    다 두고 술이나 마시자꾸나

百壺將如泉    백 병 술이 샘물같이 되게

 

春塘歲試士    해마다 춘당대에서 과거시험 보이는데

萬人爭一場    수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겨루니

縱有百離婁    눈 밝은 이루가 백명 있어도

鑑視諒未詳    낱낱이 감시할 수 없는 일이지

任施紅勒帛    붉은 색으로 멋대로 그어버리고

取準朱衣郞    당락은 오로지 시관 손에 달렸다네

落九天    유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萬目同瞻昻    모든 사람이 다 쳐다보기 마련이지

敗法啓倖心    법을 깨고 요행심만 길러

擧世皆若狂    온 세상이 모두 미친 듯하다네

于今識者論    지금 와서 식자들 말로는

追咎卞季良    옛날 변계량을 탓한다네

詩格本卑陋    원래 격조가 낮은 시로

流害浩茫洋    너무 엄청난 해독을 끼쳐

村村坐夫子   마을마다 앉아 있는 선생들이

敎授非漢唐   한과 당의 것은 가르치지 않고

何來百聯句   어디서 온 것인지 백련구만

吟誦方滿堂   읊고 외우느라 방안이 가득하고

項羽與沛公   항우 그리고 패공에 관한 것만

支離連篇章   지루하게 쓰고 또 쓰고 한다네

姜柏放豪嘴   강백은 입부리가 호탕했고

盧兢抽巧    노긍은 기교한 표현 잘했는데

終身學如聖   한평생을 그 짓만 배웠지

逝不窺蘇黃   소동파 황정견은 엿보려 들지 않아

又昧時世粧   한 시대를 장식할 줄 몰랐다네

世世不成名   대를 이어 이름 하나 못 이루고도

猶未歸農桑   돌아가 농사짓지도 않았는데

選擧且未論   뽑히고 말고는 고사하고

文字尙天荒   문자래야 아직 미개 상태였지

那將萬箇竹   어찌하면 대나무 만 그루로

千丈長   천 길 되는 빗자루를 만들어

盡掃秕    쭉정이 먼지 따위 싹싹 쓸어서

臨風一飛    한꺼번에 바람에 날려버릴까

 

山嶽鍾英華   산악이 영재를 만들어낼 때

本不揀氏族   씨족을 가려서 만들 리 없고

未必一道氣   한 가닥 도기가 반드시

常抵崔盧腹   최노의 뱃속에만 있으란 법 없지

寶鼎貴顚趾   솥은 솔발이 뒤집혀야 좋고

芳蘭生幽谷   난초도 깊은 골짝에서 나는 법

魏公起叱嗟   위공은 비첩의 소생이었고

希文河葛育   희문도 개가녀 아들이었으며

仲深出瓊海   중심은 먼 변방에서 났지만

才猷拔流俗   지모가 모두 세상에서 뛰어났거늘

如何賢路隘   어찌하여 등용 길이 그릳 좁아

萬夫受局促   수많은 사람들 뜻을 펴지 못할까

唯收第一骨   오직 제 일골만 수용을 하고

餘骨同隸僕   나머지 품골은 종처럼 대하기에

西北常    서북 사람들 늘 얼굴 찡그리고

庶孼多痛哭   서얼들은 많이 통곡하지

落落數十家   당당한 수십 가문이

世世呑國祿   대대로 국록을 먹어왔는데

就中 邦朋   그 중에서 패가 서로 갈리어

殺伐互    엎치락뒤치락 서로 죽이며

弱肉强之食   약자의 살을 강자가 먹고는

豪門餘五六   대여섯집 남아 거드름 떠는데

以玆爲卿相   경상도 그들이 다하고

以玆爲岳牧   악목도 그들이 다하고

以玆司喉舌   후설 맡은 자도 그자들이고

以玆寄耳目   이목 노릇도 그들이 다하며

以玆爲庶官   모든 관직도 그들이 다 해먹고

以玆監庶獄   그들이 나서서 옥사도 살핀다네

遐氓産一兒   하시골 백성 아들 하나 낳아

俊邁停鸞鵠   빼어난 기품 난곡 같고

兒生八九歲   팔구세 되도록 자라서는

氣志如秋竹   지기가 가을철 대나무 같아

問家翁   아비 앞에 꿇어앉아 묻기를

兒今九經讀   이 자식 지금 구경을 다 읽고

經術冠千人   경술이 누구보다 으뜸이오니

 入弘文錄   홍문관에 들어갈 수 있겠는지요

翁云汝族卑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令資啓沃   임금을 곁에서 돕게 않는단다

兒今挽五石   이 자식 지금 큰 활을 당기고

習戎如    무예가 극곡과 같으니

庶爲五營帥   그러면 오영의 장수나 되어

馬前樹旗纛   말 앞에다 대장기를 세워보렵니다

翁云汝族卑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許乘笠    장군 수레도 타게 않는단다

兒今學吏事   이 자식 지금 관리 사무를 배워

上可 黃續   공황의 뒤를 이을 만하오니

應須佩郡符   그냥 고을살이 인끈이나 차고

終身厭粱肉   죽도록 고량진미 즐기오리다

翁云汝族卑   아비 말이 너는 지체가 낮아

不管循與酷   순리도 혹리도 네겐 상관 안돼

兒乃勃發怒   자식놈 그제서야 노발대발 하면서

投書毁弓    책이고 활이고 던져버리고

 蒲與江牌   쌍륙놀이와 골패놀이

馬弔將蹴鞠   마작놀이와 공기차기놀이로

荒嬉不成材   허랑방탕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老悖沈鄕曲   시골구석에 늙어 파묻혀버리지

豪門産一兒   부호 집안은 자식 하나 낳아

如驥    헌걸차기 천리마 같고

兒生八九歲   그 아이 팔구세가 되어

粲粲被    예쁘장한 옷을 입고 다니면

客云汝勿憂   객들 말이 너는 걱정없다

汝家天所福   너희 집은 하늘이 복내린 집익

汝爵天所定   네 벼슬도 하늘이 정해놓아

淸要唯所欲   청관 요직 욕구대로 되리니

不須枉勞苦   무단히 헛고생 해가면서

續文如課督   글공부 일과 삼아 할 것 없고

時來自好官   때가 되면 좋은 벼슬은 저절로이니

札翰斯僞足   편지장이나 쓸 줄 알면 족하다

兒乃躍然喜   그 아이 깡충깡충 좋아라고

不復窺書    마작이며 골패라던지

象棋與雙陸   장기 바둑 쌍륙에 빠져

荒嬉不成材   희롱해롱 인재 못 되고 말지

節次 金玉   절차 따라 금마 옥당 오른다해도

繩黑未曾施   먹줄 한 번 못 맞아본 나무가

寧爲大厦木   어떻게 큰 집 재목 될 것인가

雙兒俱自暴   두 집 자식 다 자포자기로

擧世無賢淑   세상천지에 어진 자라곤 없어

深念焦肺肝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

且飮杯中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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