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8

올드코난 2010. 7. 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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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17.  
양근을 잘라버린 서러움 〔
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哭向縣門號穹蒼  현문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不征不復尙可有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  남자가 그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舅喪已縞兒未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  조자손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薄言往 虎守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磨刀入房血滿席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自恨生兒遭窘厄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蠶室淫刑豈有辜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去勢良亦慽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生生之理天所予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乾道成男坤道女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을 닮아 딸이 되지

  豕猶云悲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乃生民思繼序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요

豪家終歲奏管弦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  낱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均吾赤子何厚薄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客窓重誦 鳩篇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네.



18.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치움 〔
蟲食松

 

君不見天冠山中滿山松  천관산 가득 메운 소나무를 그대 보지 않았던가

千樹萬樹被重峰  천 그루 만 그루가 뭇봉우리 다 뒤덮고

豈惟老大鬱蒼勁  울창하고 굳굳한 늙은고목 뿐 아니라

每憐穉小羅   다보록이 어린 솔도 예쁘게 자랐는데

一夜 蟲塞天地  하룻밤새 해충이 온 천지를 가득 메워

衆喙食松如   뭇주둥이가 솔잎을 인절미처럼 먹었다네

初生醜惡肌肉黑  갓난 것도 볼썽 사납게 살빛이 까만 것이

漸出金毛赤斑滋頑兇  노란 털에 붉은 반점 갈수록 점점 흉측해져

葉針竭津液  처음에는 잎을 먹어 진액을 말리고는

轉齧膚革成瘡癰  살갗까지 파고들어 옹이가 되게 하지

松日枯槁不敢一枝動  가지 하나 까딱 못하고 소나무 점점 말라붙어

直立而死何其恭  곧추서서 죽는 꼴 어찌 그리 공손한지

 柯癩幹凄相向  연주창에 문둥병 걸린 가지 줄기 맞바라본들

嗟何從  시원한 바람 울창한숲을 어디 가서 찾을건가

天之生松深心在  하늘이 솔을 낼 때는 깊은 생각 있었기에

四時護育無大冬  사시사철 보살피고 한겨울에도 푸르르지

寵光隆渥出衆木  뭇나무 다 제치고 높은 사랑 받았는데

況與桃李爭華   복사꽃 오얏꽃과 시새울 까닭 있겠는가

太室明堂若傾   태실과 명당이 만약에 무너지면

與作脩梁矗棟來朝宗  마룻대 들보 감으로 가져다 쓰려 했던 것이고

漆齒流求若   왜놈이나 유구국이 만약에 덤벼오면

與作  巨艦催前鋒  큰 전함 만들어 적의 예봉 꺾으려고 했던 것인데

汝今私慾恣殄   네 욕심만 채우느라 지금 이리 죽여놨으니

我欲言之氣上衝  말을 하자니 내 기가 치받쳐 오른단다

安得雷公霹靂斧  어찌하면 뇌공의 벼락도끼를 가져다가

盡將汝族秉 炎火洪   네 족속들 모조리 잡아 이글대는 용광로에다 처넣어버릴까


19.  황칠 〔黃漆

 

君不見弓福山中滿山黃  궁복산에 가득한 황칠나무를 그대 보지 않았던가

金泥瀅潔生   깨끗한 금빛 액체 반짝반짝 윤이 나서

割皮取汁如取漆  껍질 벗기고 즙 받기를 윷칠 받듯 하는데

拱把 殘裳濫觴  아름드리 나무래야 겨우 한잔 넘친다

箱潤色奪   상자에다 칠을 하면 윷칠 정도가 아니어서

 子腐 那得方  잘 익은 치자는 어림도 없다 하네

書家硬黃尤絶妙  글씨 쓰는 경황으로는 더더욱 좋아서

蠟紙羊角皆退藏  납지고 양각이고 그 앞에선 쪽 못쓴다네

此樹名聲達天下  그 나무 명성이온 천하에 알려지고

博物往往收遺芳  박물군자도 더러더러그 이름을 기억하지

貢苞年年輸匠作  공물로 지정되어 해마다 실려가고

胥吏徵求奸莫防  징구하는 아전놈들 농간도 막을 길 없어

土人指樹爲惡木  지방민들 그 나무를 악목이라 이름학

每夜村斧潛來   밤마다 도끼 들고 몰래 와서 찍었다네

聖旨前春許   지난 봄에 성상이 공납 면제하였더니

零陵復乳眞奇祥  영릉복유 되었다니 이 얼마나 상서인가

風吹雨潤長    바람 불고 비 맞으면 등걸에서 싹이 돋고

  擢秀交靑蒼  가지가지 죽죽 뻗어 푸르름 어울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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