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정치

빨갱이라고 욕할 때는 언제고! (새누리당 빨간색 앞에 사과하라)

올드코난 2012. 4. 6. 18:05
반응형

늙은코난 – TV, 음악, 영화, 일상이야기, 시사, 사회, 리뷰

다음뷰 이웃 여러분 또 간만에 글을 쓰네요

바로 오늘 점심때 있었던 일인데 그냥 읽어 주세요. (추천 하지 마세요~)

 

빨갱이라고 욕할 때는 언제고!

(새누리당 빨간색 앞에 사과하라)

 

지난 1년 동안 보증서준 일과 채무자들 찾아 다니고 소송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이제 정신차리고 그 동안 찾아 뵙지 못했던 지인들을 요즘 찾아 다니면서 인사 드리느라 생각처럼 글을 쓸 시간도 없네요.

근데 오늘 꼭 써야 될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 몇 시간 전 점심때 딱 1년만에 마지막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K씨를 인사차 들렀습니다. 점심도 할 겸 얼굴도 볼 겸해서 찾아 갔는데 정말 반갑더군요.

그리고 마침 김씨 아저씨도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단골집이었던 근처 감자탕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도로 변에서 한참 선고 유세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투표는 당연히 하겠지만 길에서 떠드는 헛 공약을 듣기 보다는 간만에 보는 사람들이 반가워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김씨 아저씨 표정은 조금 씁쓸하시더군요.

참고로 김씨 아저씨는 올해 50이 조금 넘으신 것으로 압니다.

원래는 식사만 할 생각이었지만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고 K씨는 영업부로 옮겼는데 월초라 한가해 별 문제가 없다고 하기에 정말 오랜만에 낮에 가볍게 한 잔 걸치면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김씨 아저씨가 드디어 말문을 여셨습니다.

 

빨갱이라고 욕하고 팰 때는 언제고!”

 

올 초에 새누리당이 빨간색으로 바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는 그냥 웃고 말았었는데 김씨 아저씨는 여기에 한이 맺힌 분이 셨더군요.

4년을 알고 지냈는데 여태 몰랐습니다.

 

대충 이분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과거 한창 20대였던 80년대 초에 노조 활동을 어쩔 수 없이 할 때였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80년대 당시는 정규직도 언제든지 쉽게 해고가 되고 월급도 정말 적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의 비정규직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때 노조는 정말 생존권에 관한 문제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조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씨 아저씨도 그런 분이셨습니다.

 

첫 직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을 못 가게 하는 간부들이 이런 저런 명목(축의금, 조의금)으로 자주 걷자 근로자들이 화가 정말 많이 났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파업을 결정을 했는데, 파업 직전 정보가 누설되면서 노조 간부들이 경찰에 연행이 되었습니다. 당시 막내였던 김씨 아저씨는 심부름을 하다가 얼떨결에 같이 끌려갔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당시 김씨 아저씨의 티셔츠가 빨간색에 가까운 옷이였다는 점입니다.

촌스럽지만 김씨 어머님이 사주신 옷이기에 자주 입었던 옷인데, 이게 당시 경찰과 직장 회사 경영자 측에는 아주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나 봅니다.

 

북한 공산당에 사주 받은 것이 아니냐, 야 이 빨갱이야…”

3일 동안 유차장에서 이 말을 들으면서 구타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퇴직금도 못 받고 회사에서 짤렸습니다.

 

만일 그때 김씨 아저씨에게 그런 일이 없었어도 인생이 달라졌을 겁니다.

사람 좋고 성실하고 똑똑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불순분자로 낙인이 찍혔기에 취직도 안되고 일용직을 주로 하시다가 김영삼 정부 이후에나 취직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제가 일했던 회사 거래처 이사님이십니다.

명함은 이사지만 직원4명의 조그만 납품회사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계시고, 우리들은 김씨 아저씨로 부릅니다.

 

빨간 옷 입었다고 빨갱이 취급을 하던 사람들이 빨간 옷을 입고 다니니 무척 화가 난 김씨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보니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만해도 빨간색은 금기에 가까운 색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빨간 옷을 입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빨간 색은 북한 공산당을 상징하는 색깔로 인식이 박혔던 겁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악마 덕분에 빨간색을 지금은 편히 쓸 수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서 제가 잠시 깜빡했었군요.

이제 기억이 납니다.

국민학교 4학년때 붉은 옷을 입지 못하게 하던 체육 선생님이 걱정스레 하시던 말씀이.

엄마 아빠도 잡혀간다

 

생각할수록 가증스럽군요.

이제 와서 빨간색을 입고 있는 저들이.

 

사과하세요.

빨간색과 붉은 피를 흘렸던 사람들에게.

 

글 작성 늙은코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다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