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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물방울 별 6, 물방울 별 7, 잘가라 지구여

올드코난 2010. 7.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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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1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의 별

 

 

물방울 별 6

  

 물로만 된 투명한 별이 있네

 가장 깊은 곳에는

 물방울 사람들이 버글거리며 살아

 집도 먹을 것 입을 것 다 필요 없이

 서로가 잘 들여다 보이는 눈과 가슴만 있네

 

 그렇게 있으면서 없는 듯하여

 어떤 별에서도 보이지 않게 된다면

 그들은 그 곳을 영원히 살아가겠네

 

물방울 별 7

 

 배불리 먹고 잘 사는 게 좋지

 어차피 한 번 가는 이 세상 길에서

 무엇을 기다려 주리며 먼 바다를 바란다지

 만약에 바다가 하늘을 덮고 물밀어 와서

 내 사는 별이 한물방울로 아득해진다 하면

 우리 마을은 용궁이나 되는 것인가

 꼬리치며 드나드는 금빛 해오라기떼

 풍악을 울리는 물 위의 햇빛 달빛들 아 별빛들

 나는 그런 것들에 녹아 흐늘거리며 물이 되리오만

 아아 그 언제사 저 바다가 키를 세우고 오리

 나는 취하여 밤마다 꿈을 꾸느니

 그래 언젠가 바다는 오기는 오리라

 더디고 더딘 그 발자욱 소리 밤마다 듣느니

 무얼 기다려 먹지 않고 자지 않느냐

 어차피 한 번 오는 이 세상 길에서

 배불리 먹고 잘 사는 게 좋지


 

 잘가라 지구여

  

 가만히 누워 있으면

 지구가 태엽을 풀면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빙글빙글 돌면서

 자연을 풀어내고 사람들을

 굴뚝과 안개를

 자욱한 비눗물 곱사둥이 물고기를

 허물어지는 제 살을 풀어내면서

 어쩔수 없이 풀리는 태엽인 걸 뭐

 중얼거리며 중얼거리며

 빙빙 돌아버린다

 돌아 내 몸도 돌아 누우며 풀린다

 수십년 동안 내게 감기었던 햇살과

 내 질긴 뿌리로 뽑아 올렸던

 달빛 별빛

 수천 겹 퇴적층의 넋들

 가만히 돌아 누우며

 다 달아나 버린다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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