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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두꺼비, 소라를 들으며, 시간

올드코난 2010. 7. 2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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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2      만화경

두꺼비

  

 두꺼비가 뱀에게 잡혀 먹힘으로서

 뱀 속으로 들어가 제 집을 이루고

 등이 터지며 알을 낳아

 제 새끼를 키우는 것을

 TV에서 보고 나는 무릎을 쳤다

 나는 그걸 찍은 사람들이 TV속에 들어가

 저희 새끼들을 키우고

 TV가 거대한 집이 되는 것을 본다

 그들이 죽은 후에도

 새끼들은 자라고 무엇인가 될 것이다

 실리콘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도 누군가를 잡아먹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내 속에서 누군가의 새끼가

 자라며 나를 죽게 할 것이다

 나는 나의 친구에게 돈을 대주었고

 그의 발명 특허를 가로채서 돈을 벌었다

 또 나는 누군가에게 잡아먹힌 기억도 있다

 나는 등이 터질 것 같은 분노와 독기를 품었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나의 새끼를 위한 일이었을까

 세상은 둥글게 서로를 물고 굴러가는 데 있고

 내 어버이 또한 하늘에 있지 아니하다

 

 나는 누가 어느 속으로 들어와 낳은 새끼

 어딘가로 기어들어가 새끼를 낳는 두꺼비

 아니면 한 마리 뱀일 뿐!

 

 지금 TV가 입을 벌리고 있다

 나는 그 속으로 하루종일 빨려 들어간다

 나는 땀이 흐르고 등이 터지고 있다

 내 새끼들이 그 속을 마당처럼 뛰놀고 있다

 새끼들 오 이쁜 내 새끼

 나는 낄낄거리며

 나는 두꺼비가 되어 혼자 펄쩍 뛰어 본다

 세상의 여러 겹 사이에서 그 그림자가 어린다

 낄낄길거리며 펄쩍거리며  

 

 소라를 들으며

 

 하나 시작되어 기둥을 세우며

 맴돌아 올라

 끝없는 층계를 쌓아올렸다

 하늘까지 가 닿을 듯이 충만해 오는 몸으로

 쌓아 올랐다

 

 그러나 하늘은 항시 바다 위에 있었지

 

 소라는 다 살아서야 해변으로 밀려나오고

 껍질 속에 한 점의 살도 남지 않고서야

 해변을 거니는 소년의 피리가 되네

 소년의 가슴으로부터 토해 낸 바람이

 뒤틀린 소라의 골방을 스쳐

 크나 큰 소리로 퍼져 나가네

 

 소라를 들으며 우리는 깨닫네

 온 껍질은 파도 소리 바다 울음으로 설레이고

 채워졌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흩어진 자들을 불러모은다는 것을

 아아 나 아직

 한 점도 못 이룬 날에


 

시간

  

 그가 오는 것이 보인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붕대를 풀어 던지자

 얼굴이 없고 몸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 붕대를 밟고

 그 자락 끝까지 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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