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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죠스의 샤갈, 걸어간다, 화두

올드코난 2010. 7. 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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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2      만화경

죠스의 샤갈

  

 톱니바퀴 사이로 내  몸이 빨려 들어갈 때 나는 웃었다  처음에는 잠바

 자락이 휘감기더니 팔꿈치가  으지직 으지직 나를 끌고  들어갔다 멈추

 어라 멈춰 나는 기계를 쳐다보고 소리쳤다  설마하니 니가 나를 삼키겠

 느냐 나는 한쪽  팔에 힘을 주고 버티었다 그러나 팔이  들어가고 어깨

 가 으스러지며 뿌드등뿌드등  소리가 났다 이건 누가  지르는 소리일까

 내 한쪽이 으스러지면서 피가 튀어 올랐다  아득하게 기계가 멈추어 섰

 고 나는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무수한 상어들이 나를  물고

 놓지 않았다 이빨 사이로 나는 오렌지처럼  터지고 으깨어져 흐르고 있

 었고 흐르는 피를 피하며 사람들이 밑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사람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가위로 옷을 자르고  기계를 거꾸로 돌리며 나를

 뽑아 내려 한다 그때 나는 보았다 밑으로  떨어지는 내 피의 선명한 빛

 이 파아란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것을 내 찢어진 옷들이  내려가서 덮

 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그리는  무늬를 마침내 죠스가 입을  벌리고

 나는 아래로 뚝 떨어졌다 나는 살았구나  하고 웃으며 일어났다 그러나

 이내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톱니바퀴의 이빨에 걸린  내 한쪽

 이 선명하게 내  위로 떨어져내리며 나를 덮쳤다 붉고 검고  그리고 파

 아랗다

 

걸어간다

 

  걸어간다 나무들 사람들 빛과 기둥들

 팔 다리를 움직이며 모두들 하나같이

 잎새를 피우고, 때로 떨구고 다시 피우며 걸어간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모두들 하나같이

 가고 있는 걸 본다 멈추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마즌켠 건물들이 불빛들 바람이 몸을 섞으며

 걷는 것이 환상적으로 보인다

 

 수백 장의 창유리들과 창틀과 가구와 문짝들이

 나무였다가 모래였다가 먼지이거나 바위로

 몸을 바꾸며 걸어간다 너르디너른

 시공을 세워 두고 때로 시간 쪽으로만

 때로 공간 쪽으로만 몰려서 접시처럼 쌓여

 있다 그렇게 쌓여만 있다가 있다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들이 걸어간다 걸어간다

 

 글쎄 어디로 갔다가 어디에 있다가

 누가 손을 내밀며 걸어나온다 누군가

 무엇인가가 되어 세상 모든 것들은 걸어간다

 제자리로 제자리 걸음을 하며


 

화두

                           

  

 그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며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야기하며 산다

 우리네 목은  보이지 않는 손이  움켜쥐고 있어요 그는 학생들에게 

 손에서 벗어나는 불을  이야기한다 날마다 불은 일어나고  소방수는 생

 명을 구해 내고 장미가 불붙는 정원에서  그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만난

 다 당신은 전국  방방곡곡에 꽃으로 피어 있지만 당신 자신은  지금 왜

 내 앞에 있는지 알아요 당신의 불을 끄고  싶은 거지 저기 흐르는 강을

 바라다보아요 밀밭  사이로 산들바람이  물결치는 걸 소방수는  저렇게

 한가로우면서도 불을 끄고 있다우

 

 당신은 나의  불을 꺼야만 할 것  같구려 불로서 불을 끄구려  그는 책

 속에 삽화처럼 그녀가  자기의 생에 걸리는 걸 느낀다 보이지  않는 나

 무가 자라고  무수한 가지가 뻗어나  잎을 띄운다 달력에 그  여배우를

 걸어 놓고 그는 매일처럼 그녀를 본다 저  꽃들은 조금 있으면 시들 것

 이다

 

 시간이 탱탱한 줄을  울리며 저의 터널을 파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래 내 몸으로  그 어두운 터널을 파고 들어가는구나 너도  나도 온몸으

 로 뿌리가 되어 뻗어 내려가는 것이라오  그는 사루비아가 불붙는 정원

 에서 여배우에게 말한다  불로서 불을 끄면 남는 것은 재  뿐이라오 재

 는 나무를 키우지

 

 그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불길을 올려다본다 우리는  단지 뿌리로

 서 이  땅 끝나는 곳까지 터널을  뚫으리라 그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 그는 물을  찾아 뻗어내려간다 그는 땅에 엎드려 그  샘에서 마

 음껏 물을 마셨다 어느 날 그는 넘어지는 나무에 깔려 으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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